가끔 강박이 올라올 때가 있다.
나를 괴롭히는 강박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완전히 사라졌고 다른 하나는 가끔 만난다.
방금 하나를 스쳐지나 와서 지금 얘기해보고 싶다.
나는 통일성을 중시한다.
일련의 규칙을 따르거나, 전체적인 컨셉이나 느낌이 비슷하길 바란다.
내 강박은 이 특성에서 비롯됐다.
첫 번째 강박은 계획 강박인데 맡은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해서 생겼다.
경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후회하지 않을 시나리오를 생각하려니 잘 될 턱이 없었다.
완벽한 계획은 없고, 실행으로 완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어린 나.
+ 이에 더해 나만의 규칙과 다짐, 계획 등을 정리할 때 적는 방식까지도 일관되게 적으려 하니... 갑갑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을 만큼 아무것도 아닌데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다.
몇 년을 고생했는지...
현재는 거듭된 실행과 피드백으로 완치.
두 번째 강박도 비슷하다.
다만 카테고리가 다른데 이 강박은 옷과 관련되어 있다. 일과 연관되지 않아서인지 고무줄처럼, 또는 파도처럼 느슨해졌다 타이트해졌다 반복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꽉 조이는 느낌이랄까.
어떤 강박이냐면 : 가지고 있는 것들과 비슷한 느낌, 색의 옷을 사고 싶다./ 사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에 산 옷이나 액세서리에 대한 후회가 물밀듯이 들었다.
아... 이 색으로 살걸, 저걸 살걸...
분명 따로 보면 내게 잘 어울리고 예쁜 옷인데 옷장의 다른 옷들과 조화가 안된다는 그 점이 내 맘을 거슬리게 만든 것이다.
이 증상이 한창 심할 때 인스타 피드 느낌을 통일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강했다.
사진 올릴 때 입을 옷을 항상 생각했다.
장소, 날씨, 직전에 입은 옷과 비슷한 느낌(으악)
신경 쓰는 것이 과도하다고 생각돼서 멈춘 지금은 참 편하다.
이렇게 통일성에 집착하는 나.
나는 개성이 강하면서 어떠한 흐름, 조화를 중시한다. 모순된 두 특징을 다 갖고 있는 것이 실로... 나답다 ㅋㅋ...
이 또한 내 개성이라 생각한다.
다만 강박증은 조금 다른 문제지.
강박이 생길 땐 내가 무슨 이유로든 스트레스받을 때다. 그럴 때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고 싶어서 다른 것을 끌어오는 거다.
그러니 강박의 근본 원인은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어서, 후회하기 싫은 마음이다.
잘하고 싶고 더 좋아지고 싶은, 더 이상 실수하기 싫은 마음이다.
강박적으로 생각을 곱씹는 나를 탓했는데, 이젠 이 기특한 마음을 더 이상 탓하지 않을 거다.
강박이 올라올 때 "지금 좀 힘들구나. 어떻게 해볼까?" 스스로에게 물으며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거다.
가장 첫 스텝은 "지금은 그래, 그때는 그랬어"라고 후회하는 마음을 다독이는 거다.
방금도 나를 다독였다.
내게 모든 답은 "현실을 충실히 사는 것"이다.
강박이든 뭐든 통용되는 인생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