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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띠또 Jul 19. 2022

불문과 취뽀 여정기

1. 대사관 통역직

작년 6월 11일에 졸업시험을 봤다.

워낙 부담이 커서 시험 전까지 진로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통대를 나와서 뭘할지 아는 것도 하나도 없었다.

막연히 통역을 하겠지, 번역을 하겠지 수준.

일 학년이던 2019년에는 선배들 취업 소식이 좀 보였고 막연히 나도 어딘가 들어가겠지 했다.

이학년 때는 그야말로 공부에 미쳐서 세상 소식을 모르고 살았다.

이제 천천히 해야지~라는 맘으로 가볍게 “대사관 통역”을 검색해보니 삼 일 후에 접수하는 공고가 하나 떠 있었다.

부랴부랴 서류를 준비했다.

- 이력서

- 자기소개서

- 증빙서류

사실 너무 하기 싫었다.

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마음 졸이며 살았는데 이렇게 곧바로…?

그래도 공고가 있는 것은 지원해야 한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준비했다.


일단 서류는 다 비슷하다.

서식에 맞게끔 자소서 + 증빙서류를 제출한다.

나는 서류는 다 붙었다.

아마 통대 버프가 컸을 거라 생각한다.

총 3곳에 지원했는데, 면접은 대사관마다 전형이 조금씩 달랐다.

- 필기시험 따로 제출, 전화로 프랑스어권 원어민과 일차 면접 후, 실무자들과 한국어 면접을 본 곳

- 번역 시험을 한 시간 동안 보고, 곧바로 통역 후 면접

- 서류 후 시험 없이 면접만 본 곳


두 곳은 시험 보고 초반에 연달아 떠서 준비 없이 응했고, 그 때문에 광탈

자신감 뿜뿜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학생 마인드가 강했다고 생각한다.


패착 요인

1. 필기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줬고, 통대 수업에서 자주 하던 작업이라 수월하게 했다.

실기가 잡히고 꾸준히 공부하던 원어민 선생님과 면접 준비도 해서 전화 면접도 패스

실무자들과 면접에서… 계속 배우겠다, 성장하겠다… 재미있겠다…

면접은 내가 줄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를 어필해야 하는데 너무 준비를 안 한 “학생”이었다.


일주일 후 다른 곳을 연달아 진행. 서류는 미리 준비해둬서 수월했다.

2. 하지만 순차 통역이 약했다. 나는 ba는 굉장히 강했고, ab는 약했다. 가뜩이나 자신감이 없는데 졸업시험은 동시 ab만 보면 돼서 순차를 놨음… 면접이 잡히고 통역을 볼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혼자 연습을 했더니 좀 잘되더라.

그래도 불안한 실력이라서 아주 아쉽게 마무리했다. 면접은 지난번을 복기하며 그럭저럭 잘 본 것 같지만…

면접 전 번역 시험은 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할 때라 시간 내에 맞추긴 핬는데 맞춤법 돌리면서… 마지막에 체크를 안 했는데 복붙 과정에서 중복된 부분이 있더라… 나중에 확인하니까 참 처참했음.


이렇게 두 곳을 지나쳐서 상반기를 마무리했고, 이것저것 다른 길들을 도전했다.

이후에 겨울에 한 곳이 나와서 그래도 공고가 떴으니 지원.

3. 아무 시험 없었고, 실무자들과 10분가량의 면접이 끝.

그동안 불어, 통역, 번역 준비를 많이 했었는데 허무했다.


나의 길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도 초반의 나는 통역사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생각 없이 지원한 것이라 당연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통역 실력도 불안했고.


프랑스어권 대사관 통역직은 그래도 갈 수 있는 나라가 몇 곳 있다.

지원 기회가 여러 번이라는 것!


모든 것은 장단점이 공존하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최고다.

내가 느낀 점

- 통역사로 전공을 살릴 수 있다. 나는 잘 못하지만 통역을 사랑한다.

- 그것도 대사관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보람 감…

- 해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 가족과 남자 친구, 친구가 매우 중요한 나에게 가장 큰 리스크였다. 가도 2-3년 후에 돌아와야겠단 마음을 처음부터 했으니…

- 돌아와서도 또 취준을 해야 한다. 곧바로 다른 대사관으로 가거나, 경력을 살려서 이직을 잘하는 분도 많지만 프랑스어 통역을 뽑는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 불확실함을 이길 힘이 세야 한다고 생각.

- 한국에 있는 대사관에 가면 참 좋겠지만… 공식적으로 공고도 잘 안 뜨고 지인 소개로 들어간다고 한다. (나도 엄청 찾아보다가 어떤 블로거분께 여쭤봐서 알게 된 정보다.)


대사관은 보통 여름/겨울에 공고가 뜨는 것 같다.

지원 전에 필요한 서류들 (학교, 자격증) 스캔해서 pdf로 만들어두면 수월하다.

졸업증명서원본 + 학교 이름 가린 복사본 만들어두면 블라인드 지원일 때도 편하다.

나는 서류 정리를 안 해놔서 몇 번이나 다운 받음…

* 컴활 자격증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든지… 취직하면 통, 번역뿐 아니라 서류 작업도 많다고 하니 엑셀은 필수.


나는 못했지만 … 그래서 더 멋진 대사관 통역사분 존경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가실 후배분들.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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