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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띠또 Jul 19. 2022

불문과 취뽀 여정기

2. 학습 콘텐츠 pm / 학원 강사

대사관 이후 여름휴가 다녀오고,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뒀다.

- 네이버 엑스퍼트 쪽에서 연락이 와서 프랑스어 전문가 등록을 했다.

- 헤드헌터 세 분께 연락이 왔다. 학습지 콘텐츠 pm을 구하는데 해보자셔서 가장 구체적으로 코칭해주시는 분과 함께 했다.


- 서류를 잘 정비해서 보내고, 바로 합격 소식을 받았다.

 - 바로 다음 주에 과제 역량평가가 있었다.

기한은 3일이었는데 기획안/ 강의안/교안까지 보내야 했다. 그동안의 학습 경험을 녹이고 쏟아부어서 만들었다.

내용은 내가 채우고, 형식 부분에서 헤드헌터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 3주 정도 후에 불합격 소식을 받았다.

내용이 알차고 구성이 좋아서 기대했는데 둘 다 허탈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나의 기획 콘셉트와 똑 닮은 학습지가 나왔더라. 다른 언어로.

온라인 강의가 모두 비슷할 수 있지만...핵심적인 부분들이 너무 닮아서 표절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몇몇 문구는 완전히 똑같더라고.

너무 기가 막혀서 화도 안 나더라.

이미 나는 다른 쪽을 준비하는 터라 타격이 덜했지만 이 일로 교육 쪽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 이 회사 아직도 각종 언어권 학습 콘텐츠 pm을 구하더라. 언어만 바꿔서 일 년 내내 구한다.

탈락 이후에도 다른 헤드 헌터분들에게 종종 연락이 왔다. 전에 연락 왔던 분도 '다시 해볼 생각 있냐면서 아직도 못 구했대요' 라는 말을 들으니 더더욱... 이 회사 찜찜하다.

헤드 헌터 써서 수준 보장되는 지원자들 손쉽게 찾고, 간절한 지원자들 아이디어 참고(도용)하고 면접도 없이 손 안 대고 코 푼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지원자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


몇 달이 지나고, 올 초에 학원 강사에 지원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곳에 최종 불합격하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면서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원서를 넣고, 시강 2회와 간단한 면접을 다.

결론적으로 안 가기로 했다.

이유는 이렇다.

- 가장 낮은 레벨을 맡아 내가 배울 점이 없다. 중~고급 수준+ 다양한 콘텐츠로 수업을 꾸리면 나도 배울 부분이 많을 것 같았는데, A1레벨은 나 역시도 오래돼서 가물가물하고 학습적인 부분에서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

- 면접 이후 임금 얘기를 할 때 제대로 말을 안 해주셔서 이해를 못 했다. 계약서를 바로 쓰자고 하시다가 다음에 한 번 더 나오라셔서 알았다고 했는데... 신의 한 수였다.

알고 보니, 내가 맡은 수업 기준

- 학생 1명당 시급 = 4천 원 x 3시간

- 그 수업은 a1 단계라 인원이 2-3명

- 토요일 3시간 수업을 해서 하루 2만 4천 원, 한 달에 10만 원도 못 버는 거다.

하하하....

초급 학생들에게 잘해줘서 다음 단계도 듣게 하라는 것이 나의 미션이었다.

최저 시급도 보장이 안된다니 믿기지 않았다.

이 부분을 전화로 여쭤보았는데 오히려 화를 내며 일단 계약하게 되면  방안을 알려줄 거라면서 계약 전엔 알려줄 수 없다고 하셨다. 월급도 모르고 계약할 수 없다고 말씀드리고 받아온 책을 반납했다.

수업만 3시간이지, 줌으로 수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미리 ppt를 만들고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

그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리는데 도둑 심보라고 느꼈다. 당연히 학원마다 상황과 처유는 다 다를텐데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접하니 안그래도 없는 흥미가 뚝 떨어졌다.


강의 쪽도 여러 길이 있다.

- 요즘 한국어가 붐이기 때문에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따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안도 있고 (어학원, 온라인 플랫폼)

- 프랑스어 과외를 하면 금액적으로 훨씬 낫다. (학생 사정에 따라서 하루 아침에 짤리기도...)


*느낀 점

- 나는 애초부터  가르치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

계속 공부만 했으니까 일은 다른 분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강하다.

막상 시작하면 내 성격 상 대로 하겠지만 그럴 만한 열정이 생기지 않는 환경이다.(레벨, 페이)

- 학습지를 만드는 것은 흥미가 좀 생겼었는데, 기획하면서도 학습 텍스트로 사용할 원문들의 계약이 가장 큰 제약이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 영어나 중국어면 몰라도 소수언어는 시장이 너무 작다. 원하는 기획을 맘대로 할 수도 없고, 해도 수익성이 낮다. 고급 수준까지 올라갈 사람도 많이 없고... 학습지나 인터넷 학습으로 제2외국어 공부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지만.

- 내 모든 노하우와 지식을 갈아 넣은 학습지가 이미 나왔고 앞으로 프랑스어로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다 했기에 미련이 없다. 내 능력이 그뿐인 것이기도 하고. 욕심도 미련도 없어서 교육 쪽 진로 탐색은 이렇게 씁쓸함과 함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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