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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띠또 Jul 19. 2022

불문과 취뽀 여정기

4. 프리랜서 번역/통역

나는 글보단 말이다.

그래서 번역학과가 아닌 통역학과를 선택했다.

수업에서도 통역 위주로 훈련을 해서 번역은 아예 생각을 안 했었다. 프리랜서보다 조직에 속하고 싶기도 했고. 그러나 당시에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프리랜서 번역이었고, 충실히 따랐다.


구직 사이트에 "프랑스어"를 검색해서 나오는 프리랜서 직에 이력서를 넣었다.

모두 테스트를 보내왔고, 장르는 한->불 웹툰이었는데 처음에는 열의에 불타서 열심히 해서 냈다. 답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정리를 했다.

- 웹툰이나 게임 번역은 지금까지 다룬 내용들과 내용, 형식이 완전히 다르다.

-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고, 찾아서 공부한다고 단기간에 오를 것 같지 않다.

- 한국어를 잘하는 프랑스 원어민이 빨리 쳐내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시간 대비 단가 기준)

- 한 번에 세 곳의 테스트를 하려다 보니 버거웠다. 앞으로 번역으로 먹고살려면 이 정도 작업을 해야 할 텐데 하루 종일 매달리니 삶의 질이 뚝 떨어졌다.

 

얼마 후 AI 기계번역에 넣을 데이터를 검수하는 포지션에 합격해 작업을 해봤다.

말뭉치 사업인데, 한 문장씩 1:1 직역된 결과물을 등급을 매겨 체크하고, 안 좋은 번역문은 다시 번역하는 것.

웹툰보다야 익숙한 포맷이지만

대학원, 문학번역원에서 고민하고 배웠던 번역과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1:1 대응을 해야 하니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고, 텍스트를 통으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장을 번역하니까 번역다운 번역이 아니랄까...

텍스트를 하나 번역할 땐 정보를 찾다 보면 나중엔 수월해질 때도 있는데, 각각의 표현마다 더블 체크를 하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차라리 아르바이트가 시간 대비 낫겠다는 판단.

나는 번역을 많이 해보지 않고, 기준도 높아서

- 번역 속도가 느리다.

- 일상생활 관련 표현보다 전문적인 주제 리서칭이 익숙하다.


일을 하다 보니까 겹치는 표현도 눈에 보이고 속도 면에서도 늘어가는데, 재택+혼자 일하는 것이 답답했다. 이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오래 할 수 있을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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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감과 자괴감이 크게 왔다.

내 전공인데 막상 통역도, 번역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통역을 왜 안 하지?라는 의문이 혹시 든다면... 프리랜서 통역도 모집을 한다. 나는 프리랜서보다 취업을 하는 것이 목표라서 많이 찾아보지 않았는데, 통역 에이전시에서 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에 통역 모집을 한다. 올 4월에 모집을 했었고, 7월 중에도 하는 것 같다. 통역사로 등록해두면 연락이 와서 일을 하지 않을까.

나는 매일 고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해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일도 안해봐서 실질적인 정보가 없다. 검색을 해도 관련 정보가 많이 없어서 궁금하다. 일이 있어도 관련 내용을 적지 않는 것이 관례 및 계약 사항이라라서 정보가 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 나는 통역일을 하는 지인이 없어서 맨 땅의 헤딩 식으로 찾아본 내용들을 적는 것이라 실제와 다를 수 있다. )

- 소개받지 않고 이렇게 직접 구직할 때 기준, 프랑스어로는 한국 기업에서 인하우스 통역사를 뽑는 곳이 매우 적다. 그 이유는 프랑스와 관련된 산업군이 많이 없기때문이다. (해외 영업 글에서 자세히 적겠다.) 건설사에서 해외 파견 통역사를 모집하는 것은 알고 있다. 구직활동 초반에 사기업 공고를 한 곳 봤다. (21.07월)

- 그러나 건설분야 외에 한국 내에서 조직에 소속되어 일할 기회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프랑스 임원 비서직을 뽑는데 통번역 우대는 본 적 있다. 이렇게 통역으로는 지원해볼 기회가 아주 적은 것도 통역을 안하는 한 가지 이유고,


다른 이유는 내 실력 문제다. 나는 통역을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한다. 내가 잘해서 대학원에 붙은 것이 아니란 것을 스스로 너무도 잘 알아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대학원 수업을 따라갔다. ba는 강점이었지만 ab는 약점이었고 결국 그 산을 넘지 못했다. 계속 공부를 하지만,,, 아직도 ab 앞에서 난… 떨린다. 통역 일을 시작해서 꾸준히 했다면 의지와 열정이 충만하니 계속 발전했을 것 같지만… 일단은 그 기회가 적어서 더 나아가지 못했고, 통역 상황의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이 큰 숙제였을 것 같다. 실력이 받쳐주면 덜 하겠지만 나 스스로의 한계를 인지했고, 받아들였다.


통역은 내게 너무나 멋진 일이고, 잘하고 싶고 욕심나는 일이다. 다만 통역 자체와 더불어서 나는 수업을 준비할 때, 수업을 들을 때, 수업 후에 집중하고 몰입하고, 공부한 것을 체크하고 그 과정에서 오는 뿌듯함, 어려운 것을 하나 해냈다는 성취감을 사랑한다는 것도 알았다. 통역으로만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지속해서 성장하자는 결심을 했다.


좌절도 왔지만…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다른 방안을 생각하며 이 좌절을 이겨냄으로 내가 한층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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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번역의 경우 상시 모집을 하고 있어 모집 기간이 정해진 통역보다 접근성이 괜찮고, 성향에 잘 맞으면 잘할 수 있다.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면서 진정한 기술자, 1인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어의 경우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말뭉치, 웹툰, 영상, 게임이다.

평소에 불어로 이런 콘텐츠들을 많이 접했다면 지금이 천국이다.

그렇지 않다면,,, 반대겠지.

나중에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더라. 그중 한 분은 여러 곳에 지원을 하고, 소개를 받기도 해 통대생들이 익숙한  장르로 고정 작업을 받아서 하고 있다고 한다.

찾아보면 여러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자리 잡는데 2~3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이 기간을 버틸 수 있거나, 도움을 줄 지인이 많고,  성향에 잘 맞고 성실히 하면 내가 하는 만큼 벌 수 있고, 그만큼의 성취감도 따라오는 좋은 직업이다.

나는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번역 분야마다 상황이 다른 것 같다.

 

다른 언어의 경우는 또 다른 여러 상황이 있으니 검색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참으로 부러운 커리어를 쌓고 있는 분들이 많더라 크흡...

받아들일 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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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번역은 내가 원하는 장르보다 시장 수요에 따라가는 경우가 크기 때문에 + 속도 + 한국인이라는 점을 살리고 싶어서 불-한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경우는 외국 에이전시에서 일을 받아서 한다는 정보를 봤는데 직접 찾아서 지원하진 않았다. 한불 상공회의소에 한-불 번역을 주로 하는 인턴 공고가 떠 있어서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정규직 전환 보장이 없는 계약직이라서 지원까지 하지는 않았다. 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면 불한 번역 커리어 시작을 위해 도전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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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많은 다른 언어의 경우 서로 소개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나도 지인의 소개로 번역한 적이 있는데 장르, 페이 면에서 훨씬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렇게 연결해주는 지인이 많지는 않다.


번역의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아우성이 많다.

이 일을 사랑하고, 잘 맞아서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어야 오래오래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남긴다.

이 과정을 거치기 전에는 통역과 번역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대표적으로 업무 형태)를 이렇게까지 체감하진 못해서..  아쉽고 아쉬웠다. 그러나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첫 사랑과 로망은 꿈 속에 두고, 다음 스텝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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