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ly butterfly

그간의 근황. 모두 잘 지내셨지요?

개인 사업자를 내다.

by 띠또

아주 오랜만에 모니터 앞에 앉았다. 해가 바뀌는 동안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마지막 글이 7월이고 6개월 남짓한 기간이 마치 몇 년이 지난 것처럼 치열하게 행동했고, 고민했다. 마지막 글에서 선언했던 '투자'에 관련하여 먼저 근황을 전하자면,


1. 내 집 마련을 했다.

정확하게 "우리 집"이 생겼다. 빚도 잔뜩 ^^... 지난여름 정부는 치솟는 가계 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dsr을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사들이 난무하던 바로 그때 우리의 전셋집도 만기가 돌아왔다. 재계약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고 이자율이 높아질 거라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집값을 보며 위축되고 겁이 났었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살던 곳 근처로 이사 가려했지만 눈 뜨면 집값이 몇 천 단위로 오르고, 혹시나연락하면 집주인들의 거절을 받던 시기였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찾아가 본 어느 동네의 한 아파트 단지가 마음에 들었고, 바로 다음 날 운이 좋게도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의 예산의 한계로 인해 모든 조건을 다 구비한 완벽한 집은 아니지만 우리의 생활과 나름대로 잘 맞는 집을 선택했고 실거주 두 달 차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좋다. 정말 마음 졸였는데... 매일 아침 우울하고, 뉴스와 이런저런 정보들을 절실하게 찾아보면서 좋았던(?) 시기를 놓친 것이 후회되기도 하고, 앞으로를 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 또 다른 투자...?

애석하게도 또 다른 투자는 엄두도 못 냈다. ETF니 주식이니 코인이니 지난 하반기에 한바탕 들썩였다는데 손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총알도 없었고, 뛰어들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 올 한 해는 매일 아주 조금씩 지식을 쌓아가고, 조금씩 사보며 경험해 보기로 남편과 약속했다. 화요일 목요일 밤에 나란히 앉아서 가계 재정도 살피고 새로운 공부도 함께 해보기로. 이에 대한 피드백은 올 말에 쓰고 싶다.


3. 가장 큰 투자는 바로 나에게 ; 홀로 서다.

바로 이것에 지난 6개월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에 부딪혀 짜칠 때도, 지난한 과정에 지칠 때도 있지만 퇴사 이후 나의 커리어에 대한 열망은 멈추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아주 소소하고 작게 나만의 일을 시작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나의 것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간의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나는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해 이런저런 진로를 탐색하다가 해외영업이라는 직무에 몸담다가, 프랑스어를 계속하고자 프랑스어 자체가 목적인 프랑스어 강사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되었다. 퇴사 직후 어느 학원에서 강사일을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나와 너무나 잘 맞는 일인 것이다. 본디 오지랖이 넓어 이것저것 더 가르쳐주고 싶어서 마음이 터질 것 같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니 수강생분들과 tmi를 나누며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프랑스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도. 학원에 있어보니 부족한 점이 느껴졌다. 가장 큰 것은 자료다. 배정되는 수업을 쳐내는 식으로 급급하게 일을 하느라 자료를 정리할 시간이 매우 없었고, 학원의 특성상 초급 단계에만 머무르는 것에 대한 아쉬움, 열정적으로 다 쏟아부은 시간이 휘발되어 날아가는 것이 허망하게 느껴질 때쯤 중요한 것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섰고, 홀로 서야겠다는 결심이 섬과 동시에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근 6개월 동안 여러 자료를 만들었고, 만들고 있다. 다양한 니즈를 가진 학생들과의 수업을 하나씩 늘려가며 왕기초부터 중급, 고급, 델프와 스널트 시험 대비를 위한 수업 커리큘럼과 자료를 대략적으로 구비했다. 얼마나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리고 자료를 찾아 헤맸던가. 가끔은 터져나갈 듯이 과하게, 아니면 세분화해보기도 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4. 세상에 나아갈 때

밤을 새우거나 새벽같이 일어나 자료를 만들고, 가끔은 날 죄여오는 부담감에 짓눌리기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신이 나서 고단함도 잊은 채 몰입하면서 쌓아온 이 자료들을 선보일 때가 됐다. 아무리 열심히 했던들 혼자 만들기만 하면 무용지물이다. 사실은 얼마 전부터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이렇게 혼잣말하듯 털어놓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플랫폼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이전부터 알았지만 외면하고 외면했다. 먼저 두려움 때문이다. 나의 자료를 세상 앞에 내놓았을 때 어떠한 피드백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또 다른 감정도 두려움이다. 이제껏 익숙하게 했던 것에 더하여 새로운 것 -콘텐츠 제작-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안 해본 모든 것들에 퐁당퐁당 잘 뛰어들었는데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망설여진다. 조심성이 생기기도 했고, 조금도 다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두려움이다. 공부하고 공부할수록 내가 너무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부족한 내가 나를 믿어보세요!라고 자신 있게 외쳐도 될까.


5. 그러나 킵고잉, 렛츠고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야만 한다. 안 해도 돼, 지금 이 상황 속에서도 행복하게 지내도 되라고 주문을 걸어도 망망대해로 굳이 굳이 나가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내 안의 작은 소리가 내 마음을 하도 두들겨대서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한 고찰을 꽤나 오랜 시간 했다. 도대체 나는 왜 가만히 있지 못할까? 안정되었다 싶으면 또다시 낯선 세계로 모험을 하려 하는가. 이유는 프랑스를 계속하고 싶어서다. 왜냐? 재미있고, 나의 장점을 살려 도움을 주면서 수입도 보람감도 얻고 있기 때문! 수요가 있으면서 지속가능한 일을 찾아 헤맸던 내가 올인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아깝다. 정확히 15년의 세월이 아깝다. 외국어인 프랑스어를 무기로 내밀기엔 토종 한국인의 한계를 가진 부족함 많은 나도 장점이 있다. 바로 내가 원어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프랑스어를 시작하여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특출 난 통역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후로도 프랑스어를 놓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며 언어를 매개로 여러 가지 일을 찍먹 해봤다. 외길을 파면서 외길이 아니랄까. 나의 무기는 프랑스어라는 생각으로 이 언어 하나만큼에는 열심히 매진했다. 15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쌓인 노하우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여러 배경의 학습자들과 공감대 형성이 쉽게 된다. 내가 맨땅에 헤딩하며 부딪히고 깨지며 체득한 지식들과 나도 했는데 너도? 야 너도? 방식이 실제로 수업을 하면서도 좋은 반응을 받고 있고, 나 역시도 너무나 보람차고 뿌듯하다. 나의 것을 꺼내어 다른 이를 채워주는 느낌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내가 누군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널리 알려야 더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수업이라는 목적을 통해 만났지만 좋은 인연들이 하나 둘 생기는 것도 큰 기쁨이다.


6. 새로운 세상에서

학습에 필요한 유용한 자료들을 많이 많이 생산하고 나누고 싶다. 나의 노력이 휘발되지 않도록 남겨두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자료를 쉽게 얻으면 좋겠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아직까지도 중고급 학습자를 위한 실한 자료가 부족하다. 고급 수준이야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스스로도 할 수 있지만 약간의 터치가 필요한 b1~b2 레벨의 학습자들의 등을 콩~하고 밀어주면 휘릭~하고 실력을 올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고 구상해 보면서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것도 일종의 "통역"의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내가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이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오래간만에 설렘으로 가슴이 조금씩 뛴다. 다른 재주도 만들고 싶었는데 콘텐츠 제작이라는 새로운 재주를 익혀봐야지. 여러모로 또 성장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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