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의미

by 띠또

이 글을 연이어 적는 이유는 커리어와 가족은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둘은 서로 뗄 수 없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고 명료해져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생각했던 -그만큼 원했던 거라 여겨지는- 뉴멤버를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드디어. 부족한 내가 이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나아지려는 발걸음을 뗐기 때문에.


1. 깨달음

여전히 '자존'을 위한 일과 커리어의 발전은 내게 중요한 화두이지만 어느 정도 타협을 봤다. 자만했던 내가 내 생각과 달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처절하게, 하지만 후련하게 깨닫게 되었기 때문.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빨리 알았을 텐데 오랫동안 미래를 준비하며 기대감이 폭발지경까지 올라갔다가 파사삭 깨져가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드디어 나도 정신을 차렸다. 나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대단하지 않다. 무한한 성공은 허상이다. '올인'은 위험하다. 인생에서도 여러 개의 바구니에 달걀을 나누어 담아야 한다. 끝장나는 커리어를 갖고 싶다, 내 능력을 터트려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스럽고 어렵고 두렵다. 나의 남편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는데, 나는 자진해서 '홀로'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인생은 그것이 다가 아니다. 나는 하나에 매달릴 때보다 좋아하는 음악도, 취미도,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등으로 다채롭게 채워가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더라.


2. 균형

사람이 건강하게 존재하기 위해서 균형이 필요하다. 이는 여러 가지에 적용할 수 있다. 수입원에서도 근로소득, 투자, 저축과 연금 등 골고루 갖추어 위험에 대비하면서 자산을 불려 나가는 것처럼 나의 역할을 여러 개 둔다면 어떤 점에서 휘청이더라도 다른 다리들이 나를 지지해 서있을 수 있게 도와준다. 나는 이제까지 '공부하고 일하는 나'만을 스스로 인정해 왔다. 돌아보니 아내로서의 나, 생활인으로서의 나, 자연인으로의 나 등등 다른 역할은 아무것도 개발하지 못했다. 당장 손님이 온다면 대접할 수 있는 요리도, 식재료조차 없는 상황. 생활적인 지식도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제는 나머지도 좀 키우기로 했다. 제일 뒷전이었던 집안일을 -여전히 요리는 당기지 않지만- 열성적으로 챙기고 있고 -무기력할 때 몸을 움직이면 기분도 나아진다-, 남편과의 시간도 온전히 보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3. 의미

나라는 사람은 나를 둘러싼 사람들 속에서 존재한다. 길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은 그저 '사람들'일 뿐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 나 역시도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나의 쓸모를 내가 하는 일에서만 찾는다면 그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거나 그 일 자체가 의미를 잃을 때 나의 의미도 함께 퇴색될 것이다. 만약에 내가.. 엄청난 업적을 이룬다면... 스탑! ㅎㅎ 어찌 됐건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일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엄마라는 역할을 통해 가족과 의미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


4. 사랑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일 것이다. 계산 없이 순수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는 가족이다. 우리 사랑의 크기를 더 키우고 싶다.



프롤로그

이러한 '고고한' 생각을 정제해서 적을 수 있는 까닭은 여러 번 바닥을 치면서 나의 한계를 봤기 때문이다. 나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느꼈고, 가끔 일에 치이고 지칠 때 다른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아무것도 못 또는 안 하고 있는 '나 자체'는 너무 비참하고 처참하게 느껴져 회피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를 핑계를 대면 그 누구도 내게 눈치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맘으로 아이를 세상에 초대할 수는 없었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불쑥 튀어나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낼 거라는 것은 안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아이에 대해 생각했고, 일을 시작하고서는 상황을 살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노력을 하며 최소한의 세팅을 해두었다. 모든 것을 다 준비해 두고 그저 환영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일단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시간이 급하게 느껴진다. 또 다른 준비의 시간을 보내도 완벽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아이도 함께 크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것 하나에 올인하지 않으면서도, 무엇 하나를 포기한다는 결핍이 없다는 것도 좋은 출발이다.

회사를 다닐 때는 부족한 시간 탓을 했고, 독립을 갓 했을 때는 부족한 돈을 탓했다. 자기 연민과 세상을 탓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때도 있지만-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만의 방식으로 현명하게 풀어나가 답을 찾는 것이 훨씬 편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교훈을 새기자. 그럴만했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과정과 결과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