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를 지키며 사는 일
품위를 지키며 자신의 일에 헌신하는 집사의 이야기다.
달링턴을 평생 모시며 살았던 주인공 스티븐슨은
미국인 페러데이가 인수를 하며 그의 권유로
난생처음 6일간의 휴가를 얻어 여행을
떠난다. 스티븐슨은 여행 중에 켄턴 양을 만나는 것을
주요한 일정으로 생각하는데, 이야기 내내 주인공과
켄턴 양이 어떤 관계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켄턴 양은 스티븐슨을 좋아하여
결혼까지 염두에 두었으나, 스티븐슨은 집사 일에
헌신한 나머지 사랑마저도 뒷전에 두게 되며,
결국 켄턴 양은 떠나게 된다. 심지어 아버지의 죽음마저도 일을 우선시하는 주인공은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평생 주군으로 모셨던 달링턴은 결국 나치에 협력한
인물이다. 여기서 과연 스티븐슨의 헌신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어쨌든 다른 걸 다 떠나
주인공의 일에 대한 열정과 태도는 가히 예술적이다.
작가는 마지막에 저녁이 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노년의 헌신적인 삶에 대한 칭송과 더불어
인생을 끝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주인공 역할을
한 배우가 연기를 아주 잘하는 중년 배우였는데
이미지는 어렴풋이 생각나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굳이 조회하여 찾으면 금방 찾을 수 있으나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나기를 기다리는 건
나의 한량한 취미 중의 하나다.
나는 지금 재취업을 앞두고 시간을 저당 잡혀
살아야 하는 문제를 고민하던 차였다.
소설 속의 집사처럼 오로지 일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사는 삶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두렵다.
난 자유로운 삶을 원하지만 적당한 타협은 필요하다.
차라리 면접에 떨어져 아예 조직과 담 싸고 사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재취업을 위해 노력했다는 핑계는 될듯하니 말이다.
한편 배부른 소리라 할 수 있지만
조직에 들어가면 나의 삶이 어떨지 뻔히 알기에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마 이번이 면접도 마지막이리라.
어떤 길을 가든 앞으로 몇 년은 이번 일로
정해질 것이다.
여행을 훌쩍 떠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평일에 누려보는 한가함을 맛보고 싶어서다.
그렇게 붐비던 해변은 몇 사람 보이지 않고
어디를 가든 지방 도시는 한가하다.
다시 일을 한다고 해도 너무 여유 없이
마지못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상황이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최소한 내 마음은 그러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