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고 있지. 그 외에는 별일 없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네루다는 어느 외로운 섬의 이름이나 되는 줄 알았다. 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우편배달부 키키’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만큼 네루다라는 이름이 생소했다. ‘파블로 네루다’라는 칠레의 유명한 국민 시인이 있다는 것과 또한 머나먼 나라 칠레에도 정치적 탄압에 의한 쿠데타가 일어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바치는 헌사 이기도 하면서 시란 무엇이며 시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잠언집 같기도 하다.
해안가 가난한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게으르기는 해도 심성이 착하다. 우연히 마을의 우체국에서 망명 중인 시인 네루다의 전담 우편배달부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우체국에 들어선다. 자전거만 탈 줄 알면 가능하다는 매우 간단한 면접을 거쳐서 말 그대로 ‘네루다 전담 우편배달부’가 된다. 너무나 유명한 시인이기에 그에게 사인이라도 받아 보려고 그의 시집을 사서 호시탐탐 그에게 사인을 받을 기회를 엿보다 그만 시집을 다 읽어버리고 만다. 그러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메타포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고 더욱 시에 매력에 빠지게 된다. 마리오와 네루다가 나누는 대화들은 날이 서있지 않고 여유로울 뿐만 아니라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무슨 일 있나?”
“네?”
“전봇대처럼 서 있잖아.”
마리오는 고개를 돌려 시인의 눈을 찾아 올려다보았다.
“창처럼 꽂혀 있다고요?”
“아니, 체스의 탑처럼 고즈넉해.”
“도자기 고양이보다 더 고요해요?”
이건 마치 서수남과 하청일의 만담 같기도 하고,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지던 메타포에 대한 명쾌하고 심플한 설명이다. 그동안 메타포란 형이상학적인 상징이나 심오한 뜻이라고만 생각했다. 마치 저 높은 하늘을 지나 우주공간을 넘어 은하수 끝에 있는 블랙홀 같은 알 듯 말 듯 아리송한 그 무엇이었다. 네루다는 메타포에 대해 알려준다.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이렇게 시의 매력에 빠지면서 네루다를 알게 된 마리오는 네루다를 만나기 전의 마리오와는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순수하고 순박한 청년은 맞지만 인생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사랑과 우정과 삶을 바라보는 낯선 시선을 배우게 된다. 마리오에겐 먹고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거라고 누군가 말한 것 같다. (아마도 김영민 선생님이지 싶다.) 어차피 인간은 태어나면 죽는 거니 삶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고, 내일 죽는다고 하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린 마치 영원이 살 것처럼 삶의 순간을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언제까지 책상에 앉아서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 만 생각하고 있기엔 돈이 필요하다. 돈과 의미(꿈) 사이에서 매일을 저울질하며 살고 있지만 우리는 마리오처럼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그 결단은 누구의 몫도 아닌 나의 몫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까지 읽고 마침표가 큰 돌덩이처럼 내려앉았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리오가 되었고 읽는 내내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좋은 책은 마음속에 큰 돌덩이가 하나 툭 내려앉는 기분이다. 돌덩이가 내려앉은 마음은 저릿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나로 만들어 준다.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