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는데, 무슨 재미로 사냐?”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나는 이런 질문을 간혹 듣는다. 그럼 나는 되묻는다.
“무엇이 재미인가?, 재미란 무엇인가?”
재미를 ‘더 자극적인 도파민이 나오는 행위’라고 한다면, 법이 보장된 범위 내에서는 술과 담배가 최고의 재미가 맞다. 하지만 그런 재미는 내 삶을 좀먹는 궁핍한 재미일 뿐이다.
나는 요즘 숨 쉬는 것도 재미있다. 들이쉬고 내쉴 때 공기가 코를 통해 폐로 들어갔다가, 그렇게 마신 공기가 폐 옆을 지나가는 피와 섞여 산소를 내 몸 곳곳으로 운반한다는 생각을 하면, ‘내 피가 열일하네’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공기의 부드럽고 거친 느낌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게 재미있다.
책 읽는 것도 재미있다. 영상매체가 범람하는 시대에 누가 들으면 ‘미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너무 재미있다. 요즘은 책을 12권 정도 동시에 읽는데, 하루 종일 누워서 이 책 읽었다 저 책 읽었다, 잠시 쉬며 책에서 읽은 내용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책에서 읽은 내용에 대해 가족과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잘 모르는 것을 찾아보기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걷고 근력운동하는 것도 재미있다. 나도 구기종목이 재미있다는 것을 안다. 한때 구기종목이라면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 각종 동호회를 다니며, ‘걷기 운동’을 얕보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신체의 좌우 중 한쪽만 사용하는 것이 누적되니 몸의 피로와 질환을 가져왔고, 그런 운동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니 전신운동인 걷기, 달리기, 수영의 참 재미를 알게 됐다.
지금처럼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고, 고장 난 시계를 뜯어보는 것도 재미있고, 삐걱거리는 선풍기를 뜯어서 모터에 구리스를 칠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당근마켓으로 필요한 것을 저렴하게 사는 것도, 필요하지 않은 것을 판매하는 것도 재미있다. 밥 먹는 것도 재미있고, 똥 누는 것도 재미있고, 화장실 수전을 깨끗하게 닦는 것도 재미있다. 냉장고 정리를 하는 것도 재미있고, 청소기를 미는 것도, 빨래를 분류해서 세탁기에 넣는 것도, 털어 너는 것도, 잘 마른빨래를 옷장에 넣는 것도 재미있다. 오늘 뭘 먹었는지, 어떤 운동을 했는지, 몇 시에 자서 몇 시에 일어났는지, 체중은 얼마나 나가는지, 오늘 하루를 어떤 놀라운 일과 감사한 일로 채웠는지 기록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어제를 되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나는 몰입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성취하고 나누는 것들이 재미있다. 재미란, 내가 재미있는 것이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