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이 좋은 날이라 생각하지만, 맑은 날만 계속되면 땅은 비쩍 마르고 식물은 말라죽을 것이다.
소나기도 내리고 맑았다가 때론 장마도 왔다가 맑았다가 흐렸다가 맑았다가 눈도 내렸다가 맑았다가 해야 땅도 비옥하고 식물들도 사람도 생기 있게 잘 지낼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좋은 일'만 계속되면 그게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날씨가 맑기만 한다면 땅이 마르고 식물이 말라죽듯, 막상 '좋은 일'만 계속된다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좋은 일'이란 무엇인가? 보통 '좋은 일'이라고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원하는 대로 되기만 하면 다 좋은 일일까?
예를 들어, 시험에 합격하길 원했는데, 그래서 시험에 합격해서, 그 자격으로 직장을 다니다가, 직장에서의 과로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면, 과연 시험에 합격한 일은 좋은 일일까?
'좋은 일'에는 내가 '원하는 일'뿐만 아니라 내가 '필요한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 원하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한 일이었다면 단연코 좋은 일이겠지만, 원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일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에 합격하길 원했는데, 떨어졌다면, 떨어진 일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지는 것이 어떻게 내게 '필요한 일'이라는 걸까?
시험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인데, 떨어졌다는 것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내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채로 합격을 하게 된다면, 미흡하고 부족한 면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를 점검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험에 떨어진 것이 나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원하는 일'과 '필요한 일'이 같은 것이라 착각한다고 한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불평과 불만, 짜증,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우리에게 소나기, 장마, 흐린 날은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땅을 비옥하게 하는 '필요한 일'이다. 당장 우산을 들어야 되는 수고로움과 옷이 젖는 불편함 때문에 촉촉한 가을비를 필요한 일이라 생각지 못하고 불평, 불만하고 짜증을 내는 우를 범하지 말자.
혹시 오늘 어떤 일 때문에 짜증이 났다면, 그 일이 내게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해 보자.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인지하고 관점을 바꾸는 순간,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공부거리가 되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