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에 똥 누는 사람, 길 가운데 똥 누는 사람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by 해피엔딩

창원 귀산동에 가면 마창대교가 훤히 보이는 뷰맛집 대형카페들이 있다. 그곳 옥상 테라스에서 푸른 바다와 높은 하늘, 마창대교의 위엄과 그 밑을 지나가는 크고 작은 배들을 볼 때면 괜스레 뿌듯해진다.

어제는 20대로 보이는 남자 5,6명이 테라스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그리고 누군가 그들 곁으로 다가가는 것 같더니 이내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저씨가 올해 60살인데, 너희 젊음이 너무 부럽다. 젊을 때 놀러 많이 다니고, 건강이 최고야, 그리고 돈이 전부가 아니고, 지금 너희들의 우정, 그 관계가 큰 재산이니...”



삶의 귀감이 되는 좋은 말씀을, 묻지도 않은 그들에게 쏟아내셨다. 꼰대의 특성 중 하나는 ‘상대방이 묻지 않은 물음에 말을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쨌든 다행히도 그들은 아저씨의 말씀에 추임새를 넣으며 경청하였다.



그런데 그다음 아저씨가 보인 행동은 꼰대임을 확실히 하였다. 옥상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있었으면 담배를 안 피웠을 텐데, 우리끼리 있어서 아저씨가 담배 한 대 피울게.”그러면서 담배연기를 내뿜고, 재를 털고, 묻지 않은 물음에 자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나는 순간 생각에 빠졌다. ‘아저씨께 담배를 꺼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매장 카운터로 가서 민원을 넣어야 하나, 그래서 매장 직원이 올라와 제지를 한다고 해도, 혹시 신고자를 특정하여 나에게 보복을 하면 어떡하나, 그냥 내려갈까.’



나는 나중에 카페를 나갈 때도 아저씨가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나가면서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3층으로 내려왔다. 그러면서 수치심과 죄책감이 들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 줄 알았지만, 사실 무서웠다. 시비, 논란이 되는 것이 귀찮다기보단 괜히 민원을 제기했다가 보복당할까 봐 그 자리를 피했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아래층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내 얘기를 들으시고는 공자님 말씀을 전해주셨다. 그리고 이내 내 마음은 진정이 되었다. 혹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아래 공자님 이야기를 생각하길 바란다.



<옛날 공자님께서 제자들과 길을 걷다가, 길가에 똥을 누는 사람을 보았어. 공자님께서는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며 부끄러운 줄 알라며 혼을 내셨지. 그리고 다시 길을 걷다가, 이번엔 길 가운데 똥을 누는 사람을 보았어. 이때는 공자님께서 그 사람을 살짝 비켜가시는 거야. 그래서 제자들이 공자님께 물었어.



“스승님, 좀 전에는 혼을 내시더니, 왜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시나요?”


“길 가에 똥을 누는 사람은 조금의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에 길 한쪽으로 비켜 똥을 눈 것이야. 그런 사람은 혼을 내고 타이르면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 하지만 길 가운데 똥을 누는 사람은 일말의 부끄러움도 모르기 때문에, 혼을 내봐야 성장 가능성도 없거니와 내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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