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놓고, 삶을 붙잡다.

by 해피엔딩

아내는 매달 1만 원씩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기부 방식이 썩 내키지 않았다.


"요즘 보면 기부를 해도 단체에서 기부금을 엉뚱하게 써서 사회적 문제가 되곤 하잖아. 그러지 말고, 매주 3천 원씩 로또를 사는 건 어때? 로또 수익금의 60% 정도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당첨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기부하는 셈이고, 혹시라도 당첨되면 그건 그것대로 좋잖아."


아내는 나의 궤변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는 매주 3천 원씩 로또를 샀고,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어느 날, 아내가 문득 말했다.

"책에서 읽었는데, 사람들은 무언가를 얻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대. 하지만 그 후의 삶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예를 들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면 기쁨은 6개월도 채 가지 않고, 원하는 차나 집을 사도 금세 익숙해져서 감흥이 없어진대. 특히 로또처럼 갑작스러운 큰돈은 더 위험하다고 하더라고. 당첨되면 좋을 것 같지만, 그 후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잖아."


아내의 말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돼서 20억 원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눴다.


"로또 당첨자들에 관한 연구를 보니, 당첨 후에 많은 사람이 오히려 불행해진다고 해."


그 말에 나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나라고 그들과 다를까. 누구보다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질투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내가, 갑자기 큰돈이 생겼을 때 지금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와 감사를 느낄 수 있을까?

혹시나 주변 사람들을 보며 '에휴, 돈 없는 것들이나...'라며 교만해지진 않을까?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버리진 않을까?


긴 대화 끝에 우리는 이번 주부터 로또를 사지 않기로 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마치 200m 밖에서 농구공을 던져 골을 넣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던데, 이제 슛조차 던지지 않으니 확률은 0이 되었다.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간을 들여 착실하게 자산을 늘려가기로 결심했다.


"잠깐만, 그래도 어제 산 건 마지막으로 확인해보자."
결과는 역시나 '낙첨'.


이제는 하나도 아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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