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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수업료

170만원

by 해피엔딩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거나, 투자하다 사기를 당했거나, 아니면 갑자기 돈을 잃어버렸을 때— 살다 보면 누구나 크든 작든 "돈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잃은 금액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그 상실감은 머리를 아프게 하고, 배를 아프게 하고, 결국 마음까지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저도 최근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170만 원을 세금으로 더 내야 했습니다. 연말정산을 정정신고했다가 예상치 못한 가산세까지 포함된 고지서를 받게 된 거죠. "17만 원도 아니고, 170만 원이라니."

얼마나 억울하고 속이 상했던지, 몸 안의 수분이 다 마른 듯 돌덩이 같은 똥이 나왔고, 결국 항문이 찢어질 듯한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새벽 2시에 눈이 번쩍 떠지고, 온몸이 각성된 채로 잠도 못 잤지만, 피곤하지도 않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고, 주변 사람을 놀래킬 정도로 날카로워졌습니다.

그럴 때 흔히 듣는 말이 있습니다. "수업료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이 말이 정말 가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뭐가 수업료냐고. 이 정도면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 한 번 다녀올 수 있을 만큼의 돈인데, 겨우 '이렇게 하면 돈을 잃는구나' 하나 깨닫자고 이 돈을 냈단 말인가? 그렇게 억울하고 허탈한 마음이 밀려올 때면, 그런 말을 건네는 사람들은 정작 돈을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그 말이 조금은 달리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수업료라면, 거기서 뭔가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170만 원이라는 큰돈을 내고 얻은 깨달음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제일 먼저 가계부를 들여다봤습니다. 더는 줄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고정지출에서 의외로 줄일 수 있는 항목이 보였습니다. 외식 줄이고, 아직 사지 않아도 되는 생활용품은 미루고, '필요하지만 지금은 참을 수 있는 것들'을 걸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귀찮아서', '어려워 보여서' 넘겨왔던 각종 공모전과 프로젝트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 170만 원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도전 앞에서 주저했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진짜 수업료는, 단순히 돈을 잃은 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학원에서 수업료를 낼 때, 피아노를 배우고, 미술을 배우고, 태권도를 배우듯이, 이 돈 역시 나를 성장시키는 실질적 무엇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170만 원이라는 수업료. 그것은 지금의 나를 각성시키는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상상해봅니다. 30년 뒤, 인생을 주제로 한 강연 무대에서 강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내게 한 소년이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강사님처럼 성공할 수 있나요?"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요... 30년 전에, 조금 비싼 수업료를 낸 적이 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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