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세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180만 원.
원래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환급은 사라지고, 오히려 예상치 못한 세금이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
밤잠을 설치며 억울함과 허무함이 밀려왔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그것은 원래 내가 내야 할 돈이었다.
다만, 그 순간의 상실감이 너무 컸을 뿐이다.
그 돈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나는 아내에게 제안했다.
“이 돈을 교훈 삼아 100일 동안 우리만의 수행정진기간을 가져보자.”
처음엔 막막했다.
이미 절약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도대체 어디를 줄인단 말인가.
하지만 가계부를 다시 들여다보니 작은 틈새들이 보였다.
특히 외식.
우리 부부가 삶의 기쁨처럼 여기던 외식과 여행을 줄이기로 했다.
대신 집밥을 해 먹고, 때로는 부모님 댁에 가서 함께 식사를 나눴다.
멀리 떠나는 대신 동네 산책을 하고, 책을 펼치고, 대화의 시간을 늘렸다.
놀랍게도 그렇게 사는 동안 삶의 즐거움이 크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100일이 지난 어느 날,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도저히 줄일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가계부에서, 딱 180만 원이 절약되어 있었다.
세금으로 잃은 액수와 똑같은 금액이었다.
마치 삶이 균형을 맞춰주려는 듯했다.
돈은 사라졌지만, 대신 습관이 남았다.
절약과 절제,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기쁨에 머무르는 습관.
아내와 나는 그 습관이 단지 100일의 약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도 우리는 그 삶을 조금씩 이어가고 있다.
잃은 돈은 사라졌지만, 길러낸 습관은 계속해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결국 180만 원은 값비싼 수업료가 아니라, 평생을 든든하게 해줄 자산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