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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by 해피엔딩

중학교 시절 나는 농구를 참 많이 했다. 축구를 즐겨하던 초등학교 때와 달리,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거의 매일같이 농구장에서 뛰어다녔다. 그런데 나는 슛을 쉽게 던지지 않았다. 늘 공을 돌리며 완벽한 찬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작전타임에 친구에게 “패스를 잘 돌려서 완벽한 타이밍을 만들자”고 말했는데, 친구가 나를 빤히 보며 이렇게 대꾸했다.

“야, 완벽한 타이밍 그런 건 없어.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바로 던져야지. 기다리다가는 슛 한 번 못 날린다.”

그 말은 이상하게 강하게 내 마음에 남았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여전히 그때의 순간이 생생하다.

오늘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나오다,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아내는 요즘 운전을 배우는 중인데, 마침 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오는 길에 좌회전을 해야 했다. 신호등도 없는 교차로였고, 차들은 끊임없이 오갔다. 아내는 한참을 기다리며, 차가 전혀 오지 않는 완벽하게 안전한 순간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타이밍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뒤에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고, 아내는 점점 더 주저했다.

나는 옆자리에서 말했다.
“여보, 조금씩 머리를 들이밀어야 해. 멀찍이 기다려서는 길이 안 열려. 차들이 오가더라도 살짝 나가서 존재를 보여줘야 다른 차들도 속도를 줄이고, 그래야 공간이 생기는 거야. 완벽한 타이밍 기다리면 끝도 없어.”

그 순간, 농구장에서 들었던 친구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완벽한 타이밍은 없어.”

삶도 그렇다. 언제나 도로 위에는 차들이 오가고, 농구 코트 위에는 수비수들이 서 있다. 모든 게 비워진 완벽한 순간은 오지 않는다. 대신 작은 틈이 보일 때, 망설이지 않고 시도해야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 아내가 애쓰는 모습은, 오래전의 내 모습과 겹쳐졌다. 앞에서 셀프 계산이 안 돼 허둥대던 아주머니를 보며 아내가 “아이구, 저분도 애쓰시네”라고 했는데, 곧 아내도 좌회전 하나에 애쓰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우리 여보도 애쓴다.”

애쓴다는 건,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몸짓이다. 그렇게 조금씩 들이밀고, 시도하고, 넘어지고, 다시 나아가며 우리는 결국 목적지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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