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은 과정, 내일은 목적

by 해피엔딩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을 떠올리면 늘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의사만 되면, 서울대만 가면, 교사만 되면” 하고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면 행복할 것처럼 믿는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면 잠깐의 환희 뒤에 공허가 밀려온다. 반대로, 과정에만 몰입하면 순간순간은 충실하지만 금세 지루해지고, 왜 이 길을 걷는지 동기부여가 흔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 속에서 이렇게 합의했다. 단기적으로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되, 장기적으로는 구체적 직업이 아니라 정서적 가치에 방점을 두자. 예를 들면 “교사가 돼야지”라는 단기 목표는 분명 필요하지만, 삶 전체를 지탱하는 긴 호흡은 “나는 사람을 돕는 사람이고 싶다” 같은 넓은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성취와 과정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봐도 그렇다. 이 선생님은 단순히 재미있어서 아이패드를 만지작거리며 수업에 활용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김 선생님은 가족과의 대화를 풀어내고 싶어 책을 읽다 보니 연수와 강연의 길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적지를 정한 게 아니라, 작은 호기심과 재미라는 과정이 길이 된 셈이다.

물론 야구처럼 당장의 성적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할 때도 있다. 가을야구를 가려면 ‘5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그 목적에 집착하면 오히려 경기력이 무너진다. 결국 오늘 한 경기에 집중하는 태도와, 시즌 전체를 바라보는 목표가 균형을 이룰 때 성과가 난다.

우리의 결론은 단순하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면서도, 가끔은 내가 원하는 큰 방향을 점검하는 것. 성취 뒤 공허에 빠지지 않으면서, 과정 속 지루함에도 갇히지 않는 길. 부부가 함께 이런 대화를 나누며 걷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행복한 과정이고, 동시에 우리가 오래 지켜갈 목적이라고 나는 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의외의 거울, 낯선 칭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