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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거울, 낯선 칭찬

by 해피엔딩

연수장 강의실은 오전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들어와 은은한 빛을 퍼뜨리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분이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띠고 말했다.

“어쩐지, 어떤 예쁜 여자 연예인을 닮으셨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남자인 나에게 던져진 그 표현은 낯설고 의외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지금 나한테 한 말이 맞나?’ 짧은 혼란 속에서도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칭찬이라는 건, 방향이 조금 틀려도 사람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남기는 법이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 얘기를 꺼냈더니,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들이 많이 좋아했잖아. 동년배나 젊은 사람들은 조심스러워서 쉽게 말 못하지만, 아줌마들은 책임질 일이 없으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거야.”
그 말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돌아보면, 내게는 그런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첫 발령을 받아 5학년 교실에 들어섰을 때, 옆 반 6학년 아이들이 창문에 매달려 나를 구경하던 기억.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 안고, 내가 도망치면 까르르 웃으며 쫓아오던 장면. 그 모든 풍경이 마치 한 장의 오래된 필름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다.

사람들이 내게서 찾은 건 단순히 얼굴의 생김새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표정 속에 담긴 기운,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인상, 혹은 함께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어떤 분위기. 그것들이 모여 ‘좋다’는 감각으로 전달되었을 터다.

그래서일까. 강사님의 그 한마디는 단순한 농담이나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된 기억들을 불러내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낯설지만 고맙고, 의외지만 뿌듯한 거울.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뜻밖의 순간을 만나곤 한다. 예상치 못한 말 한마디가 지난 기억을 환하게 비추고, 자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열어 준다. 그것이 나를 닮았든, 내가 닮았든, 결국은 ‘내가 가진 좋은 인상’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거울 앞에서 한 번 더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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