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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by 해피엔딩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무엇에 열정을 쏟느냐일지 모른다. 어떤 이는 스마트 기기를 만지는 게 너무 재미있어 새벽 두 시까지 잠을 미루고, 어떤 이는 배구에 빠져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들의 몰입은 놀랍고, 때론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열정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산책을 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건 뭐지?” 서로 묻고 답하다 보니, 우리의 열정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것들이었다. 함께 걷고, 찜질방에 가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 누군가 보기엔 평범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가장 오래 즐기고 싶은 것들이었다. 몸을 해치지 않고, 마음을 소진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습관들.

예전엔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자꾸 의식했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는 왜 저렇지 못할까?” 질투와 열등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런데 그 감정의 뿌리를 곱씹어보니 단순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욕먹는 건 싫었고, 용기도 부족했을 뿐이었다. 결국 다른 사람의 시선을 좇느라 내 자유를 잃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남의 눈치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즐기는 게 진짜 자유였다.

돌아보면, 삶을 지탱하는 힘은 거창한 열정이 아니라 단순한 습관 속에 있었다. 빵과 과자를 줄이고, 물을 더 마시고, 산책길에서 나눈 짧은 대화에 웃음을 얹는 것. 이런 소박한 선택들이 오히려 더 오래 가고, 더 깊은 변화를 만든다.

열정은 분명히 소중하다. 그러나 그 열정이 내 몸과 마음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단단히 받쳐주는 쪽이라면 더 오래, 더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아내와 나의 열정은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그 평범한 열정이야말로, 우리가 꾸준히 살아갈 힘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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