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의 주제는 감염병의 전파 경로였다. 흔히 침방울을 통해서 전파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손 역시 중요한 통로가 된다. 아이들에게 이를 직접 체험하게 해주고 싶어, 형광 로션을 이용한 실험을 준비했다.
형광 로션과 일반 핸드크림은 겉보기에는 흰색으로 비슷해, 누구에게 형광 로션이 발렸는지 알 수 없다. 아이들은 서로와 악수를 나누고, 불을 끈 뒤 특수 조명을 비추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형광이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며 번져 있는 것이다. 손을 통한 감염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활동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막상 준비한 형광 로션이 초록빛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금방 구분할 수 있으니 ‘피하 식별’ 게임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선생님이 오늘 조금 괴롭다. 원래는 더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게 색깔이 있어서 아쉽다.”
괴로움이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생긴다. 또 원하는 대로만 되면 늘 좋은 것이라 여기는 생각에서도 괴로움이 시작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언제 괴롭니?”
“월요일이라서요.”
“6교시라서요.”
“합기도 하러 가야 돼서요.”
아이들의 대답은 솔직하고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아이들은 오히려 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선글라스를 끼우자”, “로션을 섞어버리자”, “그냥 색을 무시하자.” 즉석에서 제안이 쏟아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판을 갈아버리기로 했다.
“네 살짜리 동생이랑 놀아준다고 생각해 보자. 누가 형광인지 다 보여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게 얼마나 퍼지는지를 보는 거니까.”
아이들은 금세 상황을 이해하고, 장난스러운 웃음 속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며 실험을 즐겼다. 결국 형광빛이 번지는 모습은 여전히 강렬했다. 지식 전달을 넘어, 예상치 못한 변수를 함께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오히려 더 큰 배움이었다.
쉬는 시간에 보조강사가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수업을 들으니 성철 스님 강의를 듣는 것 같아요.”
순간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오늘의 수업이 단순히 과학 지식을 넘어 삶의 통찰을 전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험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오히려 더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