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오래전 함께 근무했던 한 동료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다. 옷도 잘 입고, 인기도 많고, 모임에서 합석 요청까지 받던 선생님. 겉보기에 늘 빛나 보였다고 했다.
“부럽지 않았어. 그런데… 가끔은 따라 하고 싶었지.”
아내는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쓰던 브랜드 가방을 따라 산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드러났을 때 느꼈던 민망함도 함께.
질투심, 부러움, 심지어 남의 불행에서 오는 묘한 안도감까지. 아내는 그것들을 ‘별로인 내 모습’이라 불렀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나.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누구나 별로인 구석이 있다”라며 스스로를 받아들이려 했다.
나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그림자가 있다. 다만 어떤 이는 그것을 숨기고, 어떤 이는 용기 있게 인정할 뿐이다. 아내는 후자였다.
또 한편으로 아내는 또 다른 동료 선생님 이야기도 꺼냈다. 별것 아닌 일상을 물어봐 주는 관심 속에서, ‘아, 내가 그래도 괜찮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작은 확신을 느낀다고 했다. 누군가의 호기심이 부러움이나 질투와 달리, 긍정의 거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타인을 통해 끊임없이 흔들린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또 관심을 받으며 안도한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의 밑바닥에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아내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난 별로이기도 하지. 하지만 그 별로인 나도 나니까.”
나는 그 고백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누군가의 눈에 보이는 빛나는 모습보다, 스스로의 부족함마저 담담히 인정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짜 빛나는 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