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을 원하셨던 거예요?”
“그때 혼란스러우셨어요?”
비폭력대화(NVC)에서 권하는 이런 질문들을 실제로 입 밖에 꺼내면, 왠지 이상하게 어색하다. 상대방도 곧바로 방어 태세에 들어선다. “아니, 존중은 아니고요.” “혼란은 아니었어요.” 이렇게 대답이 돌아오면, 오히려 더 멀어진 느낌마저 든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공감의 말은 “아, 힘들었겠다.” “기분 나빴겠다.” 정도다. 그 이상을 건너뛰어 감정과 욕구를 ‘단어’로 딱 짚어 묻는 일은 낯설고 불편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면 약해 보인다는 인식이 강해서 더욱 그렇다. 울면 약하다, 속상하다 하면 미숙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나 혼란스러웠어요”라고 솔직히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어색함을 뚫고 누군가가 정확히 짚어주면, 놀랍게도 마음 깊은 곳에서 연결이 일어난다.
“맞아요, 힘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애쓰고 있었네요.”
이렇게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내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편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불필요하게 힘을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다르다. 아이들은 감정을 가리지 않는다. “속상했어요.” “슬펐어요.” 이렇게 단순하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어른들보다 더 쉽게 ‘연결’의 경험을 준다.
나는 요즘, 그 연결의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사실 교사에게 이런 방식의 대화는 전문 상담가의 몫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실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담임에게야말로 꼭 필요한 능력 아닐까. 아이와 선생님 사이, 그 작은 공감의 다리가 세워질 때, 교육의 힘은 비로소 살아난다.
비폭력대화는 낯설고 불편하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그 연결의 감동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어쩌면 그 어색함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