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NVC)
"그때 존중을 원하셨던 거예요?"
"혼란스러우셨어요?"
처음엔 이 말들이 참 어색했다.
비폭력 대화를 배운 지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이 문장을 꺼내려면 입안에서 몇 번을 되뇌어야 했다.
그래서일까. 비폭력 대화(NVC)를 나 자신에게도, 가까운 사람에게도 ‘쓸 수 없는 말’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아내와 나눈 깊은 대화 속에서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내가 묻는다.
“그때 혼란스러웠던 거야?”
근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 혼란은 아니고...”
상대는 곧바로 부정하거나 말을 흐렸다.
그 순간, 나는 ‘이게 공감일까?’, ‘내가 잘못 짚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말은 부정했지만 표정과 감정의 결은 여전히 혼란스러움에 가까웠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는 정확한 언어보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더 민감한 존재라는 것을.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을 숨기는 연습을 계속하는 일 같다.
한국 사회는 특히 ‘감정=약함’이라는 문화가 깊다.
힘들다고 말하면 미성숙한 것 같고, 혼란스럽다 하면 전문성 없어 보인다는 두려움.
그래서 나조차도 아이들 앞에서는 늘 이성적인 척, 담담한 척 하려 애썼다.
그러다 문득문득 터진다. 감정이.
아이들은 말한다.
“속상했어요.”
“슬펐어요.”
“기분 나빴어요.”
그 단순하고 솔직한 감정의 언어가 오히려 나를 가르친다.
우리는 언젠가 그 표현을 배웠다가, 또 어딘가에서 잊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기억해내는 여정이, 바로 성찰이고 회복일지 모른다.
어떤 날엔 그런 생각도 든다.
‘이건 상담가들이 할 일이 아닌가? 교사가 꼭 이런 것까지 배워야 하나?’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생활지도와 수업을 맡은 담임에게 ‘연결의 언어’가 없다면, 우리는 결국 지시와 통제의 언어만 남게 된다.
어느 날 연수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그랬다.
한 번이라도 진짜로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면, 그 감동은 언어를 넘어서서 삶을 바꾼다고.
나도 그랬다.
“맞아요. 저, 사실 되게 애쓰고 있었어요.”
그 한마디를 꺼냈을 때, 내 감정의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아, 내가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그걸 처음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인정이 변화의 시작이란 말, 그날 처음 실감했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 어떤 분이 말했다.
“선생님 표정이 참 편안하네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내가 편안하니, 보는 사람도 편안해 보인다는 말.
이제는 말의 정확함보다 마음의 진심을 더 먼저 꺼내려고 한다.
어색하더라도, 낯설더라도.
그 안에 진심이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서툰 말을 건너 진짜 연결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대화,
그 어색한 시작을 오늘 당신도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