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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꾸중, 이유 있는 성찰

by 해피엔딩

어제는 외부 강사님께서 오셔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셨다. 처음에는 임장 지도만 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수업이 예상보다 흥미로워 자리를 조금 더 지켜앉았다. 명상과 감정에 관한 활동들이 이어졌는데, 내 마음에도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미워했던 경험, 화가 났던 경험’을 적어보기였다. 아이들이 적어 내려간 종이 속에는 저마다의 사소하지만 깊은 기억들이 담겨 있었다. 그중 한 아이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학원 선생님께서 이유 없이 나를 혼냈다.”

나는 순간 멈칫했다. ‘분명히 학원 선생님은 이유가 있어서 혼을 내셨을 텐데, 정작 당사자인 그 아이는 이유 없는 꾸중으로 기억하고 있구나.’ 그 아이의 시선에서는 억울함과 상처만 남았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나 역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을 혼낼 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었을까? 설명을 한다 해도, 아이들이 그것을 내 의도대로 받아들였을까? 상대가 내 말의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을까?

앞으로는 누군가를 꾸짖을 때 “왜 이렇게 말했는지” 설명하는 과정뿐 아니라, “너는 어떻게 들었니?”라고 다시 물어보는 과정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서로의 입장이 이어지고, 이유 없는 꾸중이 아닌 이유 있는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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