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전날 동료에 대해 길게 이야기 나눴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어제는 그 이야기가 내게 무척 중요했는데, 오늘은 ‘그게 뭐라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말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것은 동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말하고 정리해야만 내 마음이 해소되는 것이었다.
마침 오늘 만나기로 했던 지인도 떠올랐다. 이 지인과의 약속은 이미 두 번째 미뤄진 상태였다. 처음엔 다른 일이 생겼고, 이번엔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결론적으로는 잘된 일이기도 했다. 감기라면 만나지 않는 편이 낫고, 다른 질환이라도 몸이 편치 않다면 대화도 무의미했을 테니 말이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과정이었다. 상대방이 당일이라도 ‘내일은 어렵겠다’며 미리 알려주는 배려가 있었으면 덜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인에게는 원래 그런 센스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곱씹어보니, 이런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가족처럼 끊을 수 없는 관계라면 몰라도, 선택할 수 있는 관계라면 이해하고 정리하고 거리를 두면 그만이다. 애써 시간을 쓰고 마음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다른 시각이 떠올랐다. 사실 그 지인 덕분에 내가 우연히 수익을 낸 일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 덕분에 얻은 것이 분명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크고 작음을 떠나, 받은 것이 있다면 소액이라도 사례를 하는 게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을. 단순히 돈이 아니라, “커피 한 잔 하세요”라는 작은 메모와 함께라면 더욱 따뜻한 표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나는 내 마음을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내 감정은 내가 해소해야 한다.
둘째, 불필요한 관계에 억지로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셋째, 받은 것이 있다면 작은 사례로 내 마음을 정리한다.
이 세 가지를 깨닫는 순간, 서운함은 조금씩 사라지고 평안이 찾아왔다. 상대가 센스가 있든 없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할 만큼만 하고, 내 마음을 정리하면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