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하루 종일 생각해 본 기록
친구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하나 연결해 줬다.
주말에 6시간 일하고 38만 원을 버는 일이었다.
같이 근무했고, 무사히 끝났고, 마음이 편했다.
고마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밥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이상하게 생각이 꼬이기 시작했다.
예전에 읽은 책 한 구절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받아 돈을 벌었는데, 돌아온 건 식사 한 번뿐이었다는 이야기.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고맙다면,
적어도 수익의 10%는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 문장이 그때는 꽤 멋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다.
38만 원의 10%는 3만 8천 원.
그냥 4만 원을 봉투에 넣어 줄까?
밥은 밥대로 사고, 현금은 현금대로.
괜찮은 생각처럼 보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괜찮아 보이는 나’가 먼저 떠올랐다.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흔하진 않지.’
‘공정한 감사의 방식이야.’
‘이 정도 고민하고 실행하는 나, 꽤 괜찮은데?’
그리고 결정적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현금봉투를 건네며 이렇게 말하는 나.
“내가 책에서 봤는데 말이야,
도움을 받았으면 수익의 10%는 드리는 게 맞다더라고.”
그 말은
감사의 전달이라기보다는
나에 대한 설명에 가까웠다.
그제야 조금 멈칫했다.
이건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려는 걸까,
아니면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나’를 보여주고 싶은 걸까.
더 생각해보니,
이 방식이 친구를 편하게 할 것 같지도 않았다.
고마움보다는 부담이 먼저 전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결론은 단순해졌다.
현금봉투는 하지 말자.
밥만 사자.
결정을 하고 나니 또 다른 생각이 올라왔다.
‘이걸 안 한 나, 꽤 성숙한 선택 아닌가?’
‘이런 고민을 하고, 멈출 줄도 아는 나… 쩌네.’
여기서 웃음이 나왔다.
아, 아직도 남아 있구나.
모양만 바뀐 자기애가.
그래도 이번엔
그 생각을 붙잡지 않았다.
설명하지도, 공유하지도, 증명하지도 않았다.
그냥
“아, 또 왔네.”
하고 흘려보냈다.
이 에피소드를 아내에게 말할까 말까도 잠깐 고민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마음이 들었다.
‘이거… 그냥 웃기지 않나?’
‘사람 마음이 이렇게까지 복잡한 게.’
그때가 되니
굳이 의미를 만들고 싶지 않아졌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그래서 이렇게 기록으로만 남긴다.
오늘의 결론은 없다.
교훈도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보다,
그 표현 뒤에 붙는 내 마음의 꼬리표를 보는 일이
나에게는 더 흥미로운 하루였다.
사람 마음은 참 재밌다.
오늘은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