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때 책을 챙기면 좋은 이유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책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정말 좋다는 얘기가 있었다. 여행에서 오는 신선함과, 무료함이 책과 함께 배가 된다는 것이었다.
오늘 어쩌면 이를 다시금 경험하게 되어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 나는 올 초에 유튜브 콘텐츠를 찍겠다며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예매를 했었었다. 왕복 7만 원도 안 되는 돈이었던 거 같은데, 올 초에 한참 유튜브를 공장처럼 찍어내던 시기라 즉흥적으로 예매를 하게 되었는데, 사업하는 일정 때문에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될 상황에 놓였었다. 그렇다고 취소를 하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날짜를 조정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며, 날짜를 조정하다 보니, 10월 긴 연휴가 끝나는 날 출발하는 비행기가 되어 버렸고,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준비 없이 오게 된 여행이다 보니, 숙소도 대충 잡고, 일정이 있음에도, 노트북을 하나 챙겨서 오게 되었다. 노트북 가방에 며칠 입을 옷을 챙기니 딱 맞아 오게 되었고, 비행기를 타고 보니 내 좌석은 가장 뒤에 가운데 자리였다. 내 양 옆에는 아저씨들이 계셔서, 착륙할 때까지 옴짝 달짝 못할 것이 예상되었던 상황인데, 깜빡하고 이어폰은 못 챙겨 왔다.
그러다 문득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에 대한 뉴스를 읽게 되었고, 전자책으로 한강 책이나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빠르게 yes24 이북 코너에 가서 갖고 있던 적립금으로 소년이 온다 책을 사게 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빨리 다운을 받고, 휴대폰을 왼손에 쥐고, 양옆아저씨들과는 접촉이 안되게 어깨를 접어 넣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좁은 비행기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한강의 소설은 빠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인데, 읽을수록 무거워져 가는 마음은 있었지만, 난 그 순간 광주 한가운데 떨어진 기분이었다.
책을 읽으며 빠르게 제주에 도착을 했으며, 제주에 도착해서 바깥 풍경을 보니, 내가 제주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가로수 나무부터 다르며, 보도블록 자체도 다른 제주 그 자체였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바다가 보이고, 한라산이 보이는 제주. 이 여행 기간 남는 시간에 한강 책을 마저 읽게 된다면, 나는 2가지의 감정선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제주와 내가 숨 쉬고 있는 제주 공기이며, 하나는 휴대폰을 통해 보게 된 한강 소설 속 1980년 5월 18일 광주의 모습이다.
뇌과학적으로 우리는 많은 사건들 중에서 극히 일부만 장기기억 속에 저장을 하게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수십 번 노트에 적으며 소리를 내서 읽는다던가, 사진을 찍는 것도 방법이다. 또 노래의 가사를 넣는 방식으로 외우기도 한다. 그래도 까먹고 잊는 게 인간이다.
반대로 절대로 잊히지 않는 것들도 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지만,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 들도 있다.
여행에 책이 함께한다면, 여행 기억이 더 오래 남게 되기도 한다. 어디였는지 어렴풋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책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도, 여행지를 떠올리면 함께 떠오르는 식이다.
한 겨울에 캠핑을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날 나는 [설국] 책을 가지고 갔었다. 작품성은 좋은 책이지만, 정말 재미가 없던 책이었는데, 그 당시 일본 세대들이 느끼던 허무주의를 정말 잘 표현해 준 책이라고 했었다. 나에게 있어서, 설국이란 책은 추운 날 캠핑장을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면서도, 참 재미없었던 기억이 함께 남는다. 반대로 추운 날이 불현듯 설국이 떠오른다.
이렇듯 책과 여행지가 믹스 앤 매치가 되며, 더 많은 즐거움과 추억이 많이 남게 된다.
그래서 여행 갈 때 책 한 권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책 읽는데 습관이 없다면, 가벼운 시집을 추천한다.
가을에 여행 간다면, 가을과 관련된 시집을, 여름에 간다면, 여름과 관련된 시를.
시집은 1시간이면 족히 읽을 수 있고, 그냥 편하게 편하게 넘어가다가, 딱 1줄이 걸려들 수 있다.
딱 1 문장, 1 단어가 내 머릿속에 맴돌 수 있다. 그거 하나면 성공이다.
그러면 시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간 여행지에 어울리는 시집이 하나 생기게 되고,
그 시는 여행지를 떠올릴 때마다 머릿속에 맴돌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또 다른 재미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