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년 차 직업 외교관이다. 2008년에 외교부에 입부해서 대중국 외교, 대동남아 외교, 개발협력 등 업무를 섭렵하였고, 중국 북경과 미얀마 양곤에서 5년간 해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중견 공무원이다.
어떻게 해서 내가 {창}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과 창업은 떨어져 있어도 한참 멀리 떨어져 있을 듯한, 혹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의 일인 것 같은데 말이다. 처음 나를 {창}으로 이끌었던 것은 링크트인으로 온 {창} 매니저님의 메시지였다.
마흔을 앞두고 있던 작년 나는 용기를 내어 민간 이직을 알아보기 시작했었다. 링크트인에 <open to work>를 표시하고 맥킨지다 비씨지다 유수 컨설팅 기업 이직을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창업 부트캠프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매니저님의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애초에 민간 이직을 준비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1인 기업’에 관심이 있던 나는 망설임 없이 면접을 신청했다.
처음부터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창}의 커리큘럼과 기존 참여자분들의 후기를 읽고 갑자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큰 일 낼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스파르타코딩클럽 대표님이 꿈꾸는 세상 아니었던가.
“구체적인 창업 아이템이 있으신가요?”라고 전화 면접하시는 분의 질문에 “글쎄요, 저는 지속가능한 건강과 힐링에 관심이 있어서 요가나 명상, 정신의학 분야에서 창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하고 얼버무렸는데 덜컥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고 바로 참여 결정을 내렸다. 정말 가볍고도 설레는 마음이었다.
{창}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나와 같은 직장인이나 아니면 이미 창업을 한 대표, 스타트업 관계자, 개발자 등 다양한 배경과 역량의 사람들이 모여 창업의 노하우를 배우고 무엇보다 실제 팀빌딩을 통해 구체 액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12주간 매주 토요일 온라인으로 창업 관련 노하우(팀빌딩, 아이디에이션, 그로스 등), 실제 창업 성공담, VC의 입장에서 보는 창업 등 다양한 강의가 이루어진다. 게더타운도 솔직히 공무원 아재인 나로서는 처음 사용해 보았는데 메타버스 공간에서 화상으로 들으니 그냥 단순 화상 강의보다 동기 수강생들과 더욱 친해지는 것 같았다.
나를 포함 IT 문외한인 사람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에서는 노션, 웹플로우 등 코딩이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로도 간단히 창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사전 강의로 노코딩 강의를 듣는데 정말 머리로는 알아도 손을 따라가지 못하는 괴로움이 있었지만 나는 작은 희망을 느꼈다. 와 나도 하면 대강은 따라 하는구나.
아무래도 온라인만으로는 실제 팀빌딩을 위한 네트워킹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본 과정 시작 후 6주 정도까지는 매주 목요일 오프 모임을 갖는다. 회사와 병행 중인 나는 매주 나가지는 못하지만 오프 모임을 통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좀 놀랐던 건, 내 주변에 그토록 드물었던 ENTJ를 살면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만났을 때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 열정적이었고 아이디어가 넘쳤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들으며 구체화하다 보니 어느새 꼴딱 밤을 새우고 다음날 바로 출근한 날도 있었다.
2. [미니창업프로젝트] 후기
첫 미니창업프로젝트는 바로 ‘10만 원으로 수익 극대화'였다. 하버드나 스탠퍼드의 유명 MBA에서도 창업에 대한 감을 익히기 위해 포함시키는 커리큘럼이라고 한다. 고심해서 완성된 무엇을 시장에 내놓기에는 세계가 너무 빠르게 변화한다. 하나의 날렵한 아이디어와 빠른 실행력이야말로 {창}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창업의 핵심 같다.
그런 의미에서 미니창업프로젝트는 창업의 시작점에서 수익 실현까지 창업의 축소판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실, 내가 지금껏 숨 쉬고 일해왔던 공간은 실패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곳이다. 말 하나도 조심히, 조사나 접속어 하나도 신중하게, 심지어 쉼표까지 고심해서 찍는 곳이다. 그런데 창업은 실패하고,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강화하는 과정을 무한반복하는 게임이다. 실패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접하고 나니 묘하게 해방감을 느꼈다.
우리 조는 일단 시간이 2주로 제한되어 있는 점을 감안해서 유통시간이 필요한 물건 판매는 지양하고 원데이 클래스나 소셜링 같은 1회성 행사를 통해 참가비를 받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했다. 또한, 최근 직장인들이 자신의 진짜 진로를 찾고 싶어 하고, 장기 목표를 세우고 싶어 하며, 꾸준한 독서로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데 착안해서 독서모임, 진로 찾기, 명상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소셜링을 기획했다.
팀원들이 모두 적극적이었고 실행이 무지 빨랐다. 우리 조는 우선은 창 프로그램 내부보다는 외부 소비자에 직접 어필해 보자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문토”라는 기존 소셜링 플랫폼을 활용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과 달리 신청자가 없었다. 나는 모든 지인들에게 문토 알림글을 보내보았지만, 공교롭게도 정말 친한 지인들이 다른 일정이 있었다. 우리 조는 긴급회의를 통해서 아이템을 확 바꿔서 내부 자원을 활용한 “외교관 강의”와 “고기모임(회사 스트레스 풀기)”를 바로 기획했다. 심지어 외교관 강의는 카드뉴스까지 바로 제작했지만, 홍보하기 바로 직전, 현직 공무원의 강연의 경우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규정을 알게 되었다.
또다시 긴급회의. 우리 조는 다른 조들이 내부 네트워킹 수요(확인된 수요)를 활용하는 사례를 참고해서 고기모임을 창 내부 참여자들 간 내밀하고 깊은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로 재구성해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바로 창 잡담방에 짧은 글로 참여의향의 존재를 파악한 후 이 아이템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급하게 행사를 기획하다 보니 막상 당일날 막강한 경쟁팀의 행사(위트워킹)와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간에 우리 어떡하죠.. 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잡담방 공지도 다시 한번 올려보자며 마지막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나의 경우 창업에 관심 있는 지인들에게도 알려서 행사 참석을 유도했다.
행사는 정말 화기애애했다. 의도한 바대로 깊은 내면 얘기, 인생 얘기를 나누고 중국 백주 테이스팅도 했다. 몇 명을 제외하고 2차까지 갔는데 처음 만났지만 오랜 친구처럼 많은 대화를 했다. 2차 행사 참여의사까지 받으며! 창업에서는 retension이라고 하던데 ㅎㅎ 우리는 “인생 고기서 고기다”라는 오픈채팅방도 구축하였다.
3. 소감 및 회고
나는 사십까지 살면서 죽기 전까지는 인생에 늦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내 생각이 구체 행동으로 옮겨지려는 찰나에 {창}이 나타나주었다. “창”이라는 것은 제로 투 원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를 뜻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와 사람들을 향해 나아가는 Window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실패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 없이 팀원들과 열정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결과 16000원이라는 값진 수익을 얻었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나의 경험치의 값이다. 우리 팀은 늘 밝은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즐겁게 프로젝트에 임했다. 마지막 고기모임에서도 참여자가 안나타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에도 마지막으로 가격조정을 하고 지인 찬스를 쓰는 행동을 취했다.
물론 짧은 시간에 기획하려다 보니 공무원 강의 규정과 같은 제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실수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실제 창업 할 때에는 관련 분야의 규제 리스크가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교훈으로 이어졌다. 미니 창업 프로젝트 때는 주로 내가 아이디어를 내거나 지인 찬스 등 마케팅에 참여했었는데, 다음에는 랜딩 페이지 구축, 웹 페이지 개설 등 노코딩 강의에서 들은 내용을 실전에 활용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