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머신러닝 시대의 핵심 동사는?

Unlearn, Ask, Feel and Act

by Lady Spider

# 생각이 대량생산되는 시대

갑자기 사연이 있어 그간 공들여 써온 브런치북을 비공개로 전환한 탓에 무엇가 그 빈 공간을 채워야겠다는 마음이 바짝 들었다. 그래서 평소 출퇴근길에 살짝 더듬어 보기만 했던 단상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챗GPT 대한 글은 이미 한 발 늦지 않았나 싶다. 이코노미스트, 맥킨지 보고서, Harvard Business Review 등등 내 눈이 가는 모든 간행물들이 최근 챗GPT라는 이 핫하디 핫한 주제를 이미 다루었다. 내 눈이 그것을 피할 길이 없을 정도로, 도배를 했다고나 해야할까. 아니면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부터 신경과학이나 인지심리학에 쭉 관심을 가져왔던 나만의 알고리즘에 챗GPT가 심어졌는지도 모른다.


생성형 AI가 놀라운 것은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암기력이나 기억력만으로도 실무 능력을 인정받았던 직원들이 "네(이버)" "구(글)" 사무관에게 대체된 것은 훨씬 더 오래 전 일이었지만, 파편화된 정보들을 의미있게 엮어내는 것은 여전히 인간들 몫이었다. 그런데, 챗GPT는 자기가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챗지피티로는 생각을 짧은 시간 안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했던 데카르트의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존재' 라는 것에 존재론적 고민이 들 정도로.


# 인류의 미래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제일 흔한 반응은 A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변호사, 변리사 자격시험도 척척 통과해 내는 AI를 보고, 당최 AI가 대체하지 못할 직업군이 무엇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어느새 AI가 자의식을 갖고 인간의 세계를 침범하여 인류와 전쟁까지 치른다는 설정의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AI를 인간에 대한 장기적인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다.


한편으론, AI에게 자아가 생겨 인류를 잠식하기 전까지의 시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오히려 AI를 잘 활용해서 비즈니스 기회를 넓히고 생산성을 높이자는 의견들도 많은 것 같다.


사실, 나에게 AI는, 특히 챗GPT는 위협이라기보다 기회에 가깝다. 컴맹에 가까운 내가 코딩을 할 수 있고, 간단한 창작은 기본 아이디어만 주면 AI가 채워주고 한다면 마치 개인비서를 여럿 둔 듯 나의 역량 격차를 단기간내 좁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딸은?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당장에 단순 계산이나 기초 학문은 어차피 기계가 다 하는 것이니까 강조하지 말아야 할까? AI가 더욱 보편화된 시대에 그들과 공존해야 하는 미래의 인류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나는 내 딸에게 앞으로 무엇이 중요하니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해 줄 수 있을까?


순수 "문송 제너럴리스트" 의 관점에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AI 시대의 핵심 동사 4개를 선정해 보았다.


# 본격 AI 시대의 핵심 동사


(1) Unlearn

Unlearn하라. 영어에 'Un' 이라는 접두어는 'untie((묶었던 것을) 풀다)' 'unfold((접었던 것을) 펴다)' 에서처럼 '해제' 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unlearn'은 '학습(learn)'한 것을 해제, 망각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한계로 자연스럽게 기억이 소실된다는 뜻에서 망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지식이나 관념을 보다 능동적으로 '해체(de -construct)'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롱맨 딕셔너리 인터넷판에서는 'unlearn' 을 'to deliberately forget something that you have learned, in order to change the way you do something'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이제 정말 말그대로 기계가 하는 일이 되어 버렸기에. 단순 희소가치의 맥락에서 보더라도 학습은 기계가 너무 잘하고 속도나 양적 측면에서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으니 인간은 unlearn을 특화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패턴화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 언제라도 백지상태(Tabula Rasa)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 능력을 갖추어야, 정보의 홍수와 그것을 토대로 구축되는 거짓 생각(hallucination)을 구분해 낼 수 있지 않을까?

(2) Ask

질문하라. 답을 하기보다는 질문을 해야 한다. 왜냐 답은 넘쳐나기 때문에. 다만, 어떠한 답이 어떠한 맥락에 필요할지를 알아내려면 질문을 잘 해야 한다. 챗GPT에게 원하는 결과물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정보와 생각에서 missing link를 발견해 내는 것,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현상도 문제화하는 것,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Why not?" 이라고 질문하는 것. 앞으로의 시대에는 답보다는 질문의 가치가 더 높을 것이다.


(3) Feel

느껴라. 근대 산업화 시대에는 느낌의 영역이 비효율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나 역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느낌(배고픔, 졸림, 짜증남 등등)은 배제하고 억압하고 생각 기계를 열심히 돌려왔다. 몸과 마음을 분리시켜 생각을 더 우위에 두고, 생각을 추종해왔다. 일잘러가 되기 위해 'Think ahead, think through' 하라는 말을 선배님들로부터 수도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기계가 너무나 전문적으로 생각을 해주고 있는 이 시대에는 오히려 'Feel ahead, feel through' 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미리 느끼고, 현재에 몰입해서 온전히 순간을 느끼는 것. 오감, 오감을 넘어서 육감까지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4) Act

행동하라. 나이키의 광고 문구처럼 그냥, 하라. AI와 굳이 경쟁할 필요는 없지만, AI는 아직 몸이 없지만 인간은 의지와 몸뚱이를 가졌다. 인간은 상상과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언가 행동할 수 있다. 혹여나 그 실행이 잠정적인 실패에 이를지라도 그것을 견뎌내고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결국 실행이 핵심이다. 오류 가능성이라는 것도 심지어 기계에는 없는 그런 순수 인간적인 특징이다.

언젠가 내가 "AI가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인간처럼 실수를 할 수가 없으니까, 미래에는 "실수" 가 포함된 그림이 비싸게 팔리지 않을까?" 했었지만 프로그래머인 동생이 "아마 그때쯤이면 AI가 인간의 실수를 패턴화해서 일부러라도 실수를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했다.

"하, 그럼 인간의 찐실수와 AI의 의도적인 실수를 판별해 내는 AI가 등장하는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겠지만, 내 딸이 자라난 10-20년 후에도 인류는 여전히 꿈꾸고 열망하며 그 길을 향해 나아가는 추동력으로 계속해서 행동하고, 실패하고, 또 행동할 것이다. 그것이 AI의 완전무결함에 대비될 수 있는 인간의 역량, 특징이 아닐까 한다.


Unlearn (rather than learning) ,
Ask (rather than answering),
Feel (rather than thinking),
and Act.
because no one can do it
on behalf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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