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모포시스, 변신이라는 뜻이다. 언젠가부터 변신을 꿈꾸고 있었다. 2018년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저자는 안정적인 직장과, 때 되면 입금되는 월급에 중독되어, 언젠가 은퇴 후 세계여행을 다니며 밀린 여가를 즐기겠다는 환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에서 당장 벗어나라고 한다. 그리고 내 시간의 값어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든지(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아니면 내 자산의 레버리지는 높이든지(부동산이나 주식을 해서라도) 하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한다. 특히, 가장 좋은 것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내 서비스를 사용하고 대가를 치르는 “시스템”을 만들어 서행차선을 탈출하라고 조언해 준다.
정말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내 회사에서 주어지는 서행차선이란 것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서행차선에는 억울하고 서러워도 언젠가 맞이할 진급의 기쁨과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 가끔 충동구매를 하더라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안정적 소득흐름까지 모든 것이 있었다. 한계는 있지만 매력적인 길이다. 나는 서행차선을 운전하며 길 주변에 핀 꽃도 보고 가끔 하늘도 보며 살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탈출하고 싶었고 변신하고 싶었다. 내 시간의 가치를 높이고 소득은 패시브 하지만 인생은 액티브한 그런 길. 분명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스스로 한계를 지었다. 나는, 인문학 전공자인데 무슨 IT 창업이냐 하고. 스탠퍼드 대학에 있었을 때 천재 소리 듣는 한국 유학생들이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입사하고 싶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었는데, 그런 애들도 못하는 것을 내가 어찌할 수 있으려나.
어쩌면 내 서행차선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는 걸 먼저 느낀 게 아니라, 내가 그러한 플랫폼 창업이나 하는 것들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막연함과 요원함이 먼저 느껴졌던 것이고, 서행차선에 대한 자기만족은 그 이후에, 자기 합리화의 구실로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미루어진 나의 변신. 탈출의 용기를 얻는 데 까지 5년이나 걸린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나는 그때 그 책을 읽은 이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변신을 준비했던 것 같다. {창}을 참여하게 된 것도 큰 계기가 되었다. 특히, 노코드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나와 같은 컴맹에 가까운 비개발자도 창업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의지만 100퍼센트라면 방법은 그다음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근사한 홈페이지나 앱 없이도 충분히 자신의 가설을 시장에서 검증해 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검증된 아이디어(소위 “될 놈”)에 역량을 투입하면 여러 번의 작은 실패를 거쳐서 확신에 기반한 성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배웠다. 하지만, 이 모든 변신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가 없다. 자청이 <역행자>에서 강조했듯이, 홀로 과거의 정체성을 해체했더라도, 같은 꿈과 목표를 공유한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 없이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기 어렵다. {창}에 참여하면서 나는 다양한 배경의 예비 창업가분들을 만났고 이들과 소통하면서 꿈을 현실화해 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차츰 배워 나갈 수 있었다.
# 미니 노코드 프로젝트
지난번 미니 창업 프로젝트에 이어서 진행된 미니 노코드 프로젝트는 그러한 시장 검증 방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내 아이디어는 단지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지만 이 시장 어딘가에는 나의 상품을 소비할 고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그 고객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실제 검증을 통해 서비스를 더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우리 팀에서는 초반에 1) AI를 통한 웹툰 제작 서비스와 2)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ASMR 맞춤 제공 서비스 관련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특정 가상의 고객층(”페르소나”) 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정하고 거기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보다는 확실한 선호도가 나타날 수 있는 1) 번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우리 팀은 웹툰을 제작하고자 하는 수요가 상업적 목적(광고 등)과 비상업적 목적(자기 소장, 지인 공유 등)으로 나누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목적에 따라 다른 랜딩 페이지를 제작하였다. 실제로,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로서도 내 이야기를 웹툰으로 만들어서 함께 올릴 수 있다면 내 콘텐츠에 대한 전달력도 높이고 더 다양한 독자층에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내 아이디어로 케이팝에 관심이 있어 웹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을 만한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문 랜딩 페이지도 제작했다.
상업용 페이지에는 “저비용, 고품질” 등의 워딩을 강조하고, 비상업용 페이지에는 “개성 있는” “나만의” 등의 워딩을 강조했다. 이 두 가지 수요를 함께 고려한 종합 페이지도 만들었다.
랜딩 페이지 작성은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한 다른 팀원이 해주셨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막상 랜딩 페이지를 오픈채팅방 등에 뿌리려다 보니 뻘쭘함이 올라왔다. 고등학교 때 용돈 번답시고 지하철역에서 전단지를 뿌릴 때도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쑥스러움은 잠시 잠깐이고 각각의 시장의 반응을 알아가는 과정이 마치 하나의 과학 실험처럼 재미있었다.
2주간의 기간 동안 총 180회의 페이지 뷰가 발생하였고 총 15회의 베타 테스트 신청이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는, 종합 페이지는 47 뷰 중 5개, 비상업용 페이지는 73 뷰 중 7개, 상업용은 3개의 신청이 이루어졌다. 일반적으로 랜딩 페이지에 대한 응답률이 5%만 되어도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는데, 우리 팀의 응답률은 이 보다 높으니 실제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확실한 전망이 있는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다.
# 소감 및 회고
마지막에 다른 팀들이 진행했던 프로젝트 결과도 함께 보고, 황순영 대표님의 코멘트를 들었다. 가장 인상 깊게 와닿았던 말은 “누구나 느끼는 다수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거나, 소수의 강력한 불편함을 해결해 주거나”해야 사업 아이템이 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가격이 낮더라도 구매자 수가 많을 것이고 후자는 구매자 수는 소수이더라도 가격을 좀 높게 책정할 수 있고 고객의 충성도도 높을 것이다. 페르소나(잠재 고객층)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정해서 그 사람의 마음에 “빙의”되어 보고, 그 사람이 자주 가는 장소, 그 사람이 자주 이용하는 SNS, 그 사람이 자주 하는 생각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특히 마케팅이 온라인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다 보니,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이러한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를 얻을 수가 있다. 그러한 정보를 토대로 서비스를 계속해서 개선, 발전시켜 나갈 수가 있다. 프로그램이나 마케팅을 전혀 모르지만 그간의 인간 행동이나 심리에 대한 통찰과 시장에 대한 관찰력만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실행력과 끈기가 있다면 가능할 것 같다.
아직은 마케팅 관련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보니 팀에 대한 기여가 부족했던 것 같다. 어항 속 물고기가 처음으로 밖에 나오면 숨을 못 쉬듯이, 어항 속이 아니다 보니 익숙지 않고 갑갑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learning by doing으로 그때그때 체득해 가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콘텐츠에 기여하고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은 팀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앞으로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실제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실무적으로도 기여를 해야겠다.
{창} 은 매주 토요일 창업 관련 온라인 강의와 함께 다양한 오프라인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여 직장과 병행하여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부트캠프이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보고, 창업가로서의 변신을 시도하고 싶은 분에게 {창} 6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