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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dy Spider Jul 23. 2023

오겡끼의 오.운.완.

매거진 발행 시작

# 오겡끼의 기원

오겡끼는 수많은 나의 별명 중 하나이다. 순대국에 쐬주를 좋아하는 아재 입맛 때문에 오부장, 일 할 때 건의를 많이 해서 오건의, 길치, 방향치, 기계치인 탓에 손이 많이 간다고 하여 오국장... 등등... 그중에 오겡끼는 남들 다 감기 걸릴 때 혼자 안걸리고, 몸은 작고 아담한데 비해 악력이 세고, 무엇보다 새벽까지 술로 달리고 나서도 그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출근을 할 수 있게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아마도 독기와 정신력도 한 몫했겠지만. 


나는 어쩌다가 오겡끼가 될 수 있었을까? 


지난 번 <하늘에 계신 아버지> 책에서 오겡끼의 기원에 대해서 잠깐 설명한 적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부터 아버지가 여기저기 편찮아 지신 덕분에 우리 집에는 건강 관련한 책이 정말 많았다. 전부 "내 병 내가 고치기" "자연치유" "당뇨병을 이기는 식단"과 같은 제목들이었다. 상식이 풍부하셨던 아버지는 자신이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나에게 설명해 주셨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혈당 수치가 많이 올라가는데 이 혈당을 조절해주는 게 인슐린이야. 이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서 혈당 수치가 높아지는게 당뇨병이야."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탄산음료를 먹지 않았고 라면도 잘 안먹게 되었다. 그러한 음식들이 우리 몸 속의 피를 끈적끈적하게 만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그 옛날에, IMF도 터지기 전에, 우리 집 소득 수준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녹즙기"라는 것을 사셔서 녹즙기로 케일과 사과를 갈아드셨다. 나는 어렴풋이 건강에 좋은 생기 가득찬 맛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씁쓸하면서도 디톡스가 되는 맛을 내 혀에 입력시켰다. 야채를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의 내 딸이 말하듯이 "토끼처럼 풀 뜯어 먹길"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 다시, 건강을 생각하다.

만 사십이 되었다. 만나는 분마다 자체 조사를 하기에는 아 내가 좀 늙었구나, 내 체력이 예전같지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시점은 43세 정도라 한다. 아직 3년이 남아 있다. 그래, 아직 나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몸을 막 써먹을 수도 있는 나이다. 몸과 뇌를 혹사키시면서 "너가 한번 아파봐야 정신 차리지~" 라는 말도 많이 들어봤다. 근데도 아직은 괜찮다. 


하지만 이렇게 건강을 생각하게 된 것은, 어느 순간 내 인생, 특히 남아있는 인생을 좀 더 길게 바라보면서였다. 100살까지 산다고 하는데,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거동도 못하면서 수명만 연장한다면 정말 불운할 것이다. 돈은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다. 빚을 질수도 있고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이 돈보다 소중하다. 그런데, 그 시간을 "질 좋게" 보내려면 건강이 필수다. 아파서 힘든 5년이 나을까 건강하고 생기 가득찬 1년이 나을까? 건강은 결국 시간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이제는 life span이 아닌 health span이 중요한 시대이다. 죽음이라는 끝을 미리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뿌듯하게 죽는 모습을 상상해야 하며, 그 죽기 전까지는 내 몸 사지가 멀쩡하고 오장육부가 튼튼한 상태여야 한다. 최근 유튭 알고리즘에서 본 어떤 의학교수님이 설명하시기론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100세에 죽자! 하는 것을 모토로 삼아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한번 망가진 건강은 물론 노력을 통해 회복가능하겠지만 망가지기 전에 관리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 의학 전공은 아니지만.

나는 18세에 자퇴를 하고 의대를 가려고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문과를 준비해 오다 보니 두려움이 몰려오고 안정의 욕구 때문에 결국 수능 점수에 맞추어 인문대를 갔고, 그 인문대에서 굉장히 더더욱 문과스러운 고시를 보았다. 하지만 사십이 되어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잡았고, 깊게 공부해 나가면서 건강의 가치를 나도 추구해 나가면서 구독자들에게도 좋은 정보를 주자고 마음 먹었다. 


나는 중학교 때는 전과목 "수"에 체육만 "우"였고, 고등학교 때는 악으로 깡으로 체육 실기를 연습한 결과 겨우 "수"를 받았었다. 게다가 자극과 반응이 너무 느리고 구기류 종목의 스포츠를 배울 때는 정말 나 바보 아니야? 할 때가 많았다. 한 번은 배드민턴을 배우는데 "겡끼야!!! 네 정수리로 셔틀콕을 받는다고 생각해!!"라고 했는데 정말로 내 정수리로 셔틀콕을 콕 헤딩해 버린 기억이 있다. 저주받은 소뇌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가지고 있어서 반복 학습하면 변화시킬 수가 있다. 많은 종류의 믿음이 있지만 나는 이 neuroplasticity에 대한 신봉자이다. 왜냐면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 계속해서 같은 자극을 주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할수 있을것이야!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단어이다. 


이 매거진에서는 다양한 운동, 노화, 식단, 신체에 대한 정보와 생각들을 공유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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