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이 났다.
늦은 밤, 산책로를 걷다가 딱 한 곳에서. 딱 거기서만 아카시아 향이 났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봐도 아카시아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산도 없었고, 아프트 단지에 도로가 옆에 있었던 작은 산책로였다.
텁텁한 매연 냄새와 먼지 냄새와 지친 공기를 뚫고 아주 달달하고, 괜히 설레게 기분 좋게 해주는 향이 코 안으로 들어왔다.
예상치 못하게 멋대로 들어온 아카시아 향은 다시 걸음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한 발짝, 두 발짝. 다시 맡았던 그곳으로 갔지만, 향은 그새 사라져 버렸다.
코 안에 스며든 향을 잊을 수 없었던 나는 산책로를 몇 바퀴씩 돌며 아카시아 향을 찾았다.
하지만, 나를 심쿵하게 해 놓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아카시아 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