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to.

by 밍장

정작 나의 이야기는 제대로 쓰지 못했다.


웹소설 주인공들 속 이야기들은 기승전결 계획해 나가며 쓰면서. 그 캐릭터들을 쓰는 진짜 나의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를 갈피를 못 잡았다. 엄연히 현실과 상상일 뿐이지만, 나는 많이 좌절을 했다. 글자로 만들어진 인물들보다 형편없는 나의 모습을 보고 괴로웠다. 그러다가 그 글도 쓰지 못하게 되었다. 현실을 이겨내고 만다!라고 포부 있게 다짐을 했건만, 어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 달 만에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못해서 아르바이트를 구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곳은 집 주변에서 단 한 군대도 없었다. 뜨는 거라곤 쿠팡 아르바이트 밖에 없었다. 차마 쿠팡까지는 가고 싶지 않아서 지역을 넓혀 봤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도 아닌 정직원 자리로 알아보았다. 몇 군데 지원서를 넣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정말 착잡했다. 많은 걱정과 고민과 생각에 연신 한숨만 내뱉는 날들이 연속이었다. '공부는 못해도 제2 외국어는 공부할걸.' 채용공고를 보며 이 생각만 하염없이 했다.


후회의 연속인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더 바보 같은 건 아쉬움도 든다는 것이다. 후회만 하면 모를까. 아쉬워까지 하게 되면 정말 미쳐버린다. 그게 지금 내 상태이다. 미쳐버리겠다.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혐오는 일상이 돼 가고. 거기에 나의 일상을 독촉하는 현실은 내 정신을 붕괴 버린다. 이렇게 여러 문제들이 파도처럼 덮어올 때마다 차라리 그때 죽을 걸.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막 첫 스무 살을 앞두고 사회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만나러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로 적어서 전해주고 싶다.


돈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 그건 아직 너의 영역이 아니야. 어제까지만 해도 열아홉 살인 네가 돈을 벌어봤자 엄마의 푸념과 그 빚들을 갚을 수 없다고.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마. 넌 너무 어려. 미래에 있는 나도 어린데. 이제 스무 살인 너는 얼마나 어리겠니. 그럼에도 대학을 가지 않겠다면, 외국어를 배워. 제발. 영어든, 일본어든. 이거는 나중에 분명 너의 자산이 되고, 기회가 될 거야. 다른 건 너 마음대로 해. 네가 목표했던 계획대로 열심히 살아. 어떤 일들이 닥칠지는 말 안 해줄게. 그런 건 모르고 겪어야 성장하는 거거든. 마지막으로 소망이 산책 많이 나가고, 맛있는 거 많이 먹이고, 건강검진도 주기적으로 하고. 너한테는 소망이 밖에 없잖아.


과거의 나에게 이런 편지를 써서 전달해도 후회와 아쉬움은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아닌 다른 이유들로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라면.


나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달리고, 구르고, 넘어지며 과거로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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