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자리

by 예쁜 뚱이



어릴 때 어머니는 생일이면 따뜻한 미역국과 밥 안에는 노오란 계란을 숨겨 두셨다.

무심코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으려는데 숟가락에 노오란 계란이 묻어나면 왜 그리도 좋았던지.

요즘은 흔하디 흔한 계란이지만 내가 어릴 땐 계란하나에도 충분히 행복한 날이 될 수 있었다.

딸아이 생일이 되니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이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센스가 있으셨던 분이셨다.






남편이랑 두아이, 네 식구가 살 때에는 매일 얼굴을 대하다 보니 순간 순간 말을하면 되는 일이고 오해가 생겨도, 서운한 일이 있어도 즉석에서 오해가 풀리기도하고 주먹으로 팔뚝 한 번 치면 해결이 되다보니 크게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결혼을하고 각자의 가정을 꾸리다보니 일이 생기면 서로 의논하고 조율을하고 때론 눈치를 볼 일도 생기고 조금은 복잡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몇일 전 사위의 생일이었다.

그런데 아들 내외가 그 날을 잊었나보다.

그렇게 되고보니 딸아아기 사위에게 염치가 없었나보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들아이는 조용하다.

그리고 몇일 뒤 아들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 너 형 생일에 전화했어?"

"깜빡했어."

"형은 다정다감한 사람인데 서운할 것 같아."


여기까지다. 말은 해야 할 것 같은데 길어서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가족 여행 계획이 있어서 여행 일정을 수정해서 아들아이가 딘톡방에 올렸는데 딸 아이는 말이 없다. 토라진게다.

마음이 무겁다.

이게 서운함의 표현도 적당해야 한다. 너무 길어지면 사람 마음은 옆으로 돌아서는것 같다.

미안했던 마음은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빠져나가고

'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몇날 몇일을 삐쳐서 그러는거야?'

이런 마음이 생기면 관계는 서운함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마는게 아닌가 싶다.

어쩌나...

사일 차이로 딸 아이의 생일이다.

김치를 담그다 말고 고민이 된다.

'어쩌지? 어쩌지? '






내 생일에 케익에 꽂았던 초가 신기해서 보관해 둔 것이 생각이 났다.

김치를 담그다 말고 생일 축하한다는 토퍼가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그냥 초에 불을 붙이고 담그던 깍두기에 꽂았다.

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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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드디어 말문 아니 글문이 열린 듯하다.

눈이 온다는 둥 말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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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11월 27일에는 비가 왔는데

24년 11월 27일 오늘은 첫 눈이 내리고 있다.

식구가 아닌 가족으로 모두 한 자리에 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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