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이휴센터에서 그림책읽어주기 활동을 함께 하는 선생님이 등단 후 첫 시집을 출간했다며 봉투에 담긴 시집을 주셨다. 시집을 받고 이래저래 바쁘다는 이유로 드문드문 보다가 어제는 산책을 다녀와 책상에 앉았다.
선생님을 처음 뵌 지는 올 봄 리딩인 활동을 함께 시작 하면서다. 원래는 활동할 센터에 희망하는 요일이 서로 달랐었는데, 선생님께서 내 시간에 기꺼이 맞춰 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그림책 짝꿍이다. 선생님을 봬면 참 오래 만난 사이 같다. 그래설까. 일상에서 건져 올린 시편들이 아주 오래된 인연처림 따뜻하고 편안해서 다정하다.
다정하게 묶인 시편은 누가 읽어도 무리없고 진솔하다. 서문에 밝힌 선생님 말씀처럼 생활속 있는 대로 느낌을 시로 표현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뒤로 한 채 마음 가는 시구절을 밑줄 그으며 읽었다.
"시장 안 가게마다
풀들이 가득 죽은 풀들이 산 사람 기를
불어 넣어주네 힘이 불끈 솟네."(약령시장)전문
" 달빛들의 아우성
부지런한 손놀림 깔고 앉은
그늘이 다 팔려야
집으로 향하는
고단한 빛들의 잔치다 "(재래시장) 중에서.
"걱정 잊으라고
고사리와 종일 친구되어
고사리가 되는 할미
할미와 손주가 집에서 논다."(손주 보는 일)중에서
이 시가 아마 직장 다니는 딸의 아이를 돌보며 방송대 공부를 시작해 졸업까지 마쳤다는 그 즈음일 것 같다. 성실함과 끈기가 없으면 결코 해낼 수 없다는 방통대 공부를 끝내셨다니 참 대단한 열정이다.
'' 만들어야지
순천과 서울을
한 가슴에 품은
멀고 가까운 인연줄 엮어 꽃을 피워야지
꽃그림자 같은 삶,
꽃등 하나 곱게 달아
세월을 가두고
인연줄 당겨
웃음꽃 둥지
하나 틀어보렴"(웃음꽃둥지) 전문
80여 편의 시를 감상하면서 베아트리체 알레마냐가 쓰고 그린 <아주 작은 것>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아주 작고 소중한 것은 늘 우리 앞에 있어도, 단지 우리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순간순간 삶을 지탱해주는 행복임을 평생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 철학적인 책이다.
나도 그걸 인정하면서 길 가다 바람에 우수수 지는 은행잎이 노란 나비 <신바람 불던 날> 처럼 보였다, 모처럼 온 딸들에게 엄마표 밥상<엄마 같이 먹어요>을 차려주고 뿌듯해하는 엄마의 당연한 마음이 아주 특별 하게 와 닿아서 다음 시로 넘어갈 때마다 따뜻하고 행복했다.
올해 선생님 연세가 일흔 일곱이라고 했던가. 선생님을 봬면 생물학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싶다. 아이들에게 낮고 구수한 음성으로 옛이야기를 읽어줄 때 젊은이 못지 않는 열정이 넘치는 일상 속 아주 작은 것을 보고 피워 올린 선생님의 첫 꽃송이들.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참 감사하다. 책날개에 실린 선생님이다.
선생님, 첫 시집 출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시 꽃을 활짝 피우시길 바라며 담주 화요일 그림책 가방 들고 우리가 만나 수다떠는 그 벤치에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