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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Mar 24. 2023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러쿵저러쿵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어렸을 적 어른들한테서 자주 듣던 말이다.

머리가 커지면부터는 이 말이 되게 싫었다.

사람의 행동 하나를 보고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속단이란 생각에 듣기에 몹시 불편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이 바뀐 건 아니지만  살다 보니  그 말에  수긍할 때가  다 있다.


어제 밥집에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랑 물회와 막회를 잘한다는 식당에 갔다. 네댓 명씩 앉아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이 빽빽한데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넘쳐났다.


간신히 빈 테이블 하나가 나와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테이블엔 샛노란 프리지어가 물컵에 꽂혀 있고 손님들이 둘러앉은  테이블 마다에도  프리지어 꽃병이 놓여 있었다.


꽃을 꽂아둔 꽃병은 음료수 회사의 로고가 찍힌 흔하디 흔한 유리컵이었지만 컵과 키를 맞춰 꽂은 프리지어와 한 몸처럼 잘 어울렸다. 후덕하게 보이는 주인이 꽃을 무척 좋아하나 싶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처음 보는 홍대 물회집은 서너 가지  따라온 밑반찬도 깔끔하고  파전과 막회맛이 입에 착착 감겼다.


거기다 주인이 서비스로 내온  동태 찌개를 보자 술 좋아하는 친구는 술 생각이 난다면서  취기 오른 사람처럼 불콰하게  실실 웃었다. 기분 좋게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었다.


우리 옆 테이블에선 남자 손님이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는지 땀까지 흘려가며 소나기밥을 먹고 있었다.


주인은 손님들이 나간 자리를 정리하면서 옆 테이블의  남자 손님에게 많이 드시라며 밑반찬을 더 챙겨다 줬다.

나중 보니  밥 값을 안 받고 보냈다.

단골이거나 남루한 차림의  남자 손님을  잘 아는 눈치였다.


테이블마다 놓아둔 꽃병, 깔끔한 음식맛, 손님에 대한 배려, 오랜만에 융숭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과 헤어져 전철을 타고 오면서 혼자 실실 웃는다. 그래. 오늘은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들려 터부시 했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무한 긍정 내 맘대로 으로 바꿔보자.


'테이블마다의  꽃병만 봐도 이 집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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