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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Dec 17. 2023

15  이문재 시인의 '문자 메시지  '

문자 메시지

​이문재 시인

형 백만 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야.

나쁜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72쪽의 詩


몹시 추운 날이다. 어제는 해종일 눈발이 날리면서 칼바람이  불었다. 도서관 책모임에 다녀와 지인이 준 보이차를 꺼내 와  찻물을 끓였다. 얼얼했던  얼굴이 누그러지고 몸이 풀린다. 추운 날 따듯한 차 한 잔은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한다. 

찻잔 앞에 놓고 앉아 있으니 핸드폰 알람울린다. 책모임에서 나눈 책얘기와 사진이 뜨고 한 해 행복했다는 책모모 쌤의 단체 문자다. 매달 그림책으로 만나 즐거웠고 각자 준비해 간 그림책을 나눠 가진 송년회가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런 문자를 받은 시인의 마음은 어떨까!

시 쓰는 형에게 돈을 부치고 전화로 못하고 문자로 보내면서도 형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우의 조심스러운 배려가 짧은 시 안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시 쓰는 형을 자랑스러워하는 동생과 형, 형과 아우를 둔 부모님은 얼마나 든든하고 뿌듯하실까. 몹시 추운 날 형제애가 담긴 시 한 편이 주머니 속 핫팩 같다.  마음까지도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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