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코끼리 귀 같은 토란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기억한다.낭창낭창하다. 토란잎은 어렸을적 우산도 되고 물방울 굴리기 놀잇감으로도 좋았다. 상상하면 소리가 탄력을 받아 살아서 튕겨져 나오는 듯하다. 싱싱하다 못해 맨 종아리로 빗속을 뛰어다니는 듯하다. 봉창문 열어 논 뒤란 토란밭에서 나는 소리, 세상에 내리는 비란 비가 오직 토란밭으로만 내리는 것 같았던 그때 그 시절
그 소리가 듣기 좋아 뒤란 쪽으로 머리 두르고 누우면 나도 모르게 잠이 스르르 들었다. 빗소리가 자장가가 돼주곤 했다. 꿈결인지 숨결인지 열어놓은 창으로 바람이 그리고 풋내실은 비가 들이치면 토란밭에 나는 물인 줄 알았다. 집안은 텅 비어 정적이 감돌고, 꿈에서 깨어보면 잠을 얼마나 잤는지 저녁인지 아침인지 학교에 가야 되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던 몽환적인 순간들, 토란잎이 코끼리 귀처럼 팔락이던 그때엔 유난히 비가 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