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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Dec 30. 2023

19  안도현 시인의 '비켜 준다는 것'

19  비켜 준다는 것

안도현 시인

 

 

둥굴레 새싹이

새싹의 대가리 힘으로

땅을 뚫고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게 아니

 

땅이 제 거죽을 열어 비켜 주었으므로

저렇드키, 저렇드키

연두가 태어난 것

 

땅이 비켜준 자리

누구도 구멍이라 말하지 않는데

둥굴레는 미안해서 초록을 펼쳐 가린다.

시집 <북항>. 72쪽의 詩




<시시콜콜> 지금쯤이면 둥굴레도 큰 나무들 아래서 겨울 잠에 들었겠다.  ​작년  이웃 어른과 함께 산책을  적 있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걷는데 어른은 나무 그늘아래 새싹이 모닥모닥 올라오고 있는 식물들을 보고 둥굴레라고 알려 줬다. 그 때 둥글레 잎을 첨 봤다.  이 시 행간에서  낙엽 사이로 빠꼼히 올라오던 오종종한 것들이 생각났다.

둥굴레가 땅을 뚫고 나오는 걸 보고 시인은 땅이 자리를 비켜 주었다고 말한다. 비켜준 것에 대해 둥굴레가 미안해서 초록으로 구멍을 가린다니 둥굴레와 땅이 상호작용 하는 관계망나도 슬쩍 '마음'​을 얹는다. 

시인의 시에는 유독 그런 시들이 눈에 띈다. 폭, 사이, 나무와 나무의 간격, 물리적인 기구를 들이대 길이나 넓이를 측정 하기보다 '마음의 잣대를 가늠한다. ​쉬운 쉬지만 사물의 겉과 속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시선으로 삶을 들여다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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