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지금쯤이면 둥굴레도 큰 나무들 아래서 겨울잠에 들었겠다. 작년 봄 이웃 어른과 함께 산책을 한 적 있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걷는데 어른은 나무 그늘아래 새싹이 모닥모닥 올라오고 있는 식물들을 보고 둥굴레라고 알려 줬다. 그 때 둥글레 잎을 첨 봤다. 이 시 행간에서 낙엽사이로 빠꼼히 올라오던그 오종종한 것들이 생각났다.
그 둥굴레가 땅을 뚫고 나오는 걸 보고 시인은 땅이 자리를 비켜 주었다고 말한다. 비켜준 것에 대해 둥굴레가 미안해서 초록으로 구멍을 가린다니 둥굴레와 땅이 상호작용 하는 관계망에 나도 슬쩍 '마음'을 얹는다.
시인의 시에는 유독 그런 시들이 눈에 띈다. 폭, 사이,나무와 나무의 간격,에 물리적인 기구를 들이대 길이나 넓이를 측정하기보다 '마음의 잣대를 가늠한다. 쉬운 쉬지만 사물의 겉과 속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시선으로삶을 들여다보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