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돌아가신 아버지는 7남매나 되는 자식들에게 늘 말씀 하셨다. 세상엔 "내가 수고하고 노력해서 얻은 것 외엔 함부로 쳐다보지 마라. 콩 한 쪽도 거져는 없다." 참 단호하셨다. 혹여 자식들이 이 다음에 커서라도 사람 노릇 못할까봐 누누이 강조하신게 아닌가 싶다.
그 말씀이 철없을 적엔 마냥 잔소리로만 들렸었다. 아버지가 귀 따갑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 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무의식이 참 무섭다. 부러 악착같이 그럴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버지 잔소리를 유산인양 삶의 모토로 알고 살아오고 있었다.
고향집에 와 이 시를 읽고 있으니 아버지가 생각이 더 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알았는데, 공짜 아닌 공짜가이렇게나 많다니, 놀랍다. 세상 공짜를 모르고 사신 아버지가 오늘은 사무치게 그립다. 하찮은 일에도 깃든 공력을 생각하고 함부로 업신 여기지 않고 사셔야만 했을 아버지의 지난한 삶이 보여서다.
가난한 살림의 아버지에겐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해 드리고 싶다. 대식솔들을 거느린 가장이었기에 세상에 쫘악 깔린 공짜가 많다는 걸, 잔잔한 재미를 아셨다하더라도 돌아볼 겨를이나 있었을까. 아침엔 부모님 산소에 커피를 올려 드렸다. 아버지는 생전에 커피를 좋아하셨다. 딸이 타 주는 커피니 공짜라고 마음 편하게 드셨을까.
"아버지, 세상엔 무료인 게 이렇게도 많네요. 이제는 아버지가 처음 장만하신 양지바른 밭에 누워 너른 들판의 따뜻한 햇볕도 술렁이는 바람도 충분히 즐기셔도 돼요."
햇볕, 바람, 해넘이, 노을, 붉은장미, 희눈, 어머니사랑, 아이들 웃음.... 이 모든 것이 무료라는 시인이 참 고맙다. 더구나 이 시 읽는 것까지 무료라니!...
고향집 안방에 나란히 놓여진 부모님 사진을 지난해 그림책 쓰기 시간에 그렸었다. 고향집에 내려올 적마다 방문열고 들어서면 아이고! 우리 막내딸 왔구나 하고 웃으시면서 반겨 주시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