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명흔 Jan 04. 2024

21  이경 시인의 '세 든 봄 '

세든 봄

이경 시인

 

 

세 들어 사는 집에 배꽃이 핀다

빈 손으로 이사와 걸식으로 사는 몸이

꽃만도 눈이 부신데 열매 더욱 무거워라

차오르는 단맛을 누구와 나눠 볼까

주인은 어디에서 소식이 끊긴 채

해마다 꽃무더기만 실어 보내오는가



<시시콜콜> 가난한 시인이 세 들어 사는 집에 배꽃 핀 걸 보니 봄이 다. 시인은 빈 손으로 들어와 사는 것도 고마운데 꽃과 열매를 보니 무척 고마운 모양이다. 해마다 오는 봄이지만 가난한 시인에겐 집주인이 보내준 봄인 듯 황송하게 받는다. 세 든 시인, 세 든 봄. 어쩌면 우리도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세 들어 사는 생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20 양광모 시인의 '무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