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요조의 책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재미있게 봤다. '재미있게'라는 표현이 너무 식상한가 싶으면서도 무리없는 문장이 내게 그 표현이 적확하다고 말해 주는 것같기도 하다. 이 책은 가수 요조가 매일 한 권씩 6개월 동안 읽고 쓴 독서 에세이다. 1일1책이라니 참 대단하다.
책 에필로그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창작의 고통이 아니라 성실의 고통에 괴로웠다."
잘 알다시피 가수 요조는 책팟캐스트의 진행자이며 책방무사의 주인장이다. 서평이라기보다는 책에 대한 자유로운 기록이며 거기에 남자친구가 찍은사진을곁들여 그러저러한 얘기가 차고 넘친다. 다정다감하다.
어떤 책 얘기는 한두 줄, 또 어떤 책은 노래 가사처럼 달달하고 그리고 또 어떤 책은 편지글 형식에 담아 친근감 있다. 평소 '답다'나 '스럽다'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한데 이상하게도 이글에서는 툭툭 튀어나온다. 이렇게 요조스럽고 파격적이다. 김한민 작가의 <책섬>에 관한 후기다.
" 이 책을 읽고 김한민 작가의 모든 책을 주문했다."
저 책이 얼마나 좋았음 저럴까. 책 얘기를 이렇게도 쓸 수 있네. 재미있네 재밌어. 창작자에겐 이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고 책 얘기형식도규정된 거 없으니 앞으로 책 이렇게 써도 되겠어. 역시 솔직 담백함이정말 요조 다워.하면서 혹하는 말이 줄줄이 사탕처럼 튀어나온다. 그래서 나도 이 글을 그냥 맘 가는대로 한번 써보기로 한다.
" 어떤 책은 읽으면 슬퍼요. 어떤 책은 읽으면서 화가 나고요. 어떤 책은 도망치면서 계속 뒤돌아 보는 사람처럼 읽었어요. 눈으로 읽었지만 눈이 아닌 것으로 읽은 기분이었습니다. "
소소하게 읽고 밝히는 소소한책이야기가 소소하지 않게 다가오는 건 어떤 이유일까.
그녀가 읽은 책과 내가 읽은 책은 분명 동일한데 그녀느낌과 내 느낌이 너무도 판이하게달라서 흥미롭고,그녀는 읽고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어 무릎을 세우고 그녀 앞으로 바짝 당겨 앉는 기분이다. 그런가 하면 책얘기를 하면서도 어쩜 책을언급하지 않아 더 궁금하게 만드는 묘한 부추김까지 '눈으로 읽고 있지만 눈이 아닌 것으도 읽는 기분' 맞다.
요조는 시인들이 뽑은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1인이다.그도 그럴 것이 어느 문학방송 인터뷰에서 김사인 시인과 나누는 대화를 들은 적 있다. 시인의 질문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에 대한 그녀의 얘기는 지금도 생생하다.
"시를 읽는다 하지 않고 구경하고 단어를 쇼핑한다말해요.
막걸릿집안주는 배추김치보다 열무김치가 음이 더 높아서 막걸리와 화음이 잘 맞아요."
뮤지션다운 신선한 발상에 그 후부터 그녀를 눈여겨보게 된 것도 사실이고, 비록 헛걸음 했지먀 제주여행중 책방무사를 찾아가본 적도 있다
최근에 읽은 책중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라고 하고 싶다. 뮤지션 책이니 음으로 말하라 하면 파나 솔 사이음쯤 된다고 할까. 여튼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읽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이런 분들께 권하고 싶다. 책이라 말만 들어도 멀미 나는 분, 노안이어서 글밥 많은 책이 부담스러운 분, 꽃놀이도 가고 싶고 책 읽기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분, 요즘 어떻게 하면 사진을 좀 잘 찍을까 고민하는 분..., 들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