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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May 09. 2023

06   종이접기 전문가가 아니었을까!

도르르  말린 제라늄 꽃잎




제라늄 삽목이 가 뿌리를 내려준 것도 신통한데

요 며칠 사이 꽃을 피웠다.


왜소한 가지에 꽃을 두 송이나 피우다니  볼수록 기특하다.'

저녁에는 잎을 축 늘어뜨리고 있어 짠한 맘에

물을 줬다.

물을 얻어먹은 잎들이 금세 생생해졌다.


오늘처럼 햇빛과 바람이 좋은 날은 콧노래를 부르는 나처럼

꽃들도 수런거리며 막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포도송이처럼 달린 꽃망울이 죄 아래를 향할 땐 언제고 먼저 나온 순서대로 시나브로 부풀어서 도르르 말린 보드란 꽃잎을 서서히 다.  어느 것 하나도 겹치지 않고 매일 피어나 마침내 완전체가 되는 커다란 꽃 한 송이를  보고 있으면  세상 일중 이렇게도 거룩한 일이 있을까 싶어 숨 죽이지  않을 수 없다.



신은 세상에 꽃 한 송이를 피어나게 할 때도 치밀한 계산 하에 작업하시겠지. 꽃송이의 갯수, 꽃잎의 장수와 꽃이 피었을 때 잎 하나하나가 서로 겹치지 않게 꽃잎과 꽃잎 사이를 정확히 계산해서 접어 둔다 하시니 신에게도 전생? 이 있다면 아마 종이접기 전문가가 아니었을까를

상상하며 혼자 싱겁게 웃는다.


식구들이 다 나가고

아무도 없는 거실에 한갓지게 앉아 앞에서 논다.

물끄러미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속절없는 이 순간

내가 고요해지면서

꽃 한번 보고, 꽃 보고 녹록해지니

그림 그리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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