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송이처럼 달린 꽃망울이 죄 아래를 향할 땐 언제고 먼저 나온 순서대로 시나브로 부풀어서 도르르 말린 보드란 꽃잎을 서서히 연다. 어느 것 하나도 겹치지 않고 매일 피어나 마침내 완전체가 되는 커다란 꽃 한 송이를 보고 있으면 세상 일중 이렇게도 거룩한 일이 또 있을까 싶어 숨 죽이지 않을 수 없다.
신은 세상에 꽃 한 송이를 피어나게 할 때도 치밀한 계산하에 작업하시겠지. 꽃송이의 갯수, 꽃잎의 장수와 꽃이 피었을 때 잎 하나하나가 서로 겹치지 않게 꽃잎과 꽃잎 사이를 정확히 계산해서 접어 둔다하시니 신에게도 전생? 이 있다면 아마 종이접기 전문가가 아니었을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