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망막이 있다. 망막이 물체를 뒤집어서 받아들이듯, 나도 당신의 표현을 뒤집어보곤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표현 너머를 볼 수 없어서. 빛이 과하면 동공이 작아지고 빛이 모자라면 동공이 커지듯이, 빛을 한 아름 품고 달려오는 당신 앞에서 나는 언제나 마음이 무한대로 부풀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점처럼 작아지곤 한다."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 마음산책>,32쪽의 글.
길을 걷다가도 마음 가는 풍경이나 사물을 보면 손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비록 핸드폰이긴 하지만 사진을 찍다 보니이제는빛을 조금씩 의식한다. 찍고자 하는 물체의 방향에 따라 드리우는 그림자가보이기 시작한다. 사진이 처음엔 물체를 앵글 안에 가두면 그게 다 사진인 줄 알았다. 찍고자 하는 물체에만 연연했지 물체가 품은 빛을 계산하지 못했다. 그림도 빛과 만나야 살듯 삶도 사랑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덤비는 것보다 나를, 상대방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저 사람 사이 미묘한 감정의 차이가 숨어 있듯 물체 뒤에 숨은 그림자를 읽어야 한다. 나사 하나가 있다. 나사는 몸체와 정신을 잇듯 무언가를 잇기 위해 존재했을 것이다. 그랬던 나사가 자리를 이탈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일 때도 나사는 제 몸 어딘가에 숨겨둔 속내를 한 자루의 촛불 형상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나사가 드리우는 뜻밖의 촛불 그림자. 사랑하는 사람의 빛보다 그 사람의 그늘을 먼저 이해하려는것이 내게로 드리우는빛이라고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