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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Jul 04. 2023

담쟁이커튼

이러쿵저러쿵, 일상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어제 방과 후 교실에서 리딩 활동을 마치고 나오다 복도 쪽 반쯤 열린 방충망 창에 2층까지 벽을 타고 올라온 담쟁이가 교실 안을 기웃거리는 것 같았다. 뒤 따라오던 선생님이 그런다.

"어머, 초록 담쟁이 커튼이네요."

하더니 손바닥방충망에 갖다 댄다.

방충망밖 담쟁이와 선생님의 손바닥이 맞닿아 서로 반갑다며 하이파이브라도 하는 것 같다.

"담쟁이커튼. 어쩜, 말도 그렇게 예쁘게 하실까!"

우린 서로 얼굴 보며 웃었다. ​

어제 한 낮 기온이 35도라고 했다.

최강 역대급 폭염이다. 바닥에 찬물을 뿌리면 금방이라도 수증기가 피어 오를 것 같았다.

복도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뜨거운 공기가 훅 하고 얼굴을 덮친다.

옆반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을 기다리느라 등나무그늘로 들어갔다. 바람 한점 없다. 한증막이 따로 없다.

 이마에선 땀이 줄줄 비  오듯 흐른다. 말을 예쁘게 하던 선생님도 더운지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는다.

등나무 아래서, 양산을 다. 등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막아볼 요량이었다.

 발바닥, 발등, 다리.., 스멀스멀 올라오는 지열에  내 몸의 세포란 세포들이 죄 깨어난 듯 땀 범벅이 되었다.

옆반 선생님들이 왔다.

첫마디가 "아고, 더워. 너무 더워요."

화단가 패랭이도 채송화도 데모루도 기운 없는 우리처럼

시들시들하다

'니들도 덥지?'했더니 옆반 선생님이 날 보고 웃으신다.


"수고하세요."

교문 앞 보안관 아저씨께 인사를 한다.

오늘도 해바라기 인사로 받아주신다.

매번 올 때마다 느끼지만 어쩜 저렇게 환하게 웃으시는지.

 요근래 저렇게 환하게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저토록 환해진다면 그만 꺼뻑, 하는 살인미소라고 하겠지.

하지만 한결같은  저분의 미소를 세속적으로 환산한다면 감히 상상조차 안 되는 백만 불짜리? 아니 천만 불짜리 미소라고나 할까!

날씨 탓도 아니다. 매번 반갑게 환대해 주시는 연세 지긋한 아저씨 미소에  교문을 빠져나오며 또 한 번 웃는다.

행복하다.

행복해서 웃나.

이렇게 웃어서 행복한 거지.

*담쟁이커튼

선생님담쟁이 커튼이라는 말이 아름다워서 사진첩을 들춰 보았다. 세상에, 그 말에 딱 어울리는 사진이 있다니, 사진은 5,6년전 고창 질마재에 있는 서정주문학관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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