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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Nov 15. 2023

 13  자작나무

연필이 좋아서

 


차고 맑은 하늘아래  쭉쭉 뻗은 자작나무숲은 직면한 계절과 다가올 계절 사이 또 한 계절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사이,  숲길  따라 오르며  보고 듣고 만져본 자작숲을 그려 보던 날 시인이 노래하던 산골 어느 집에도 온통 저렇게 하얬으리라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의 ' 백화')

봄 자작 숲은 연두와 어우러져 청순하기가 이를 데 없고

여름 자작나무숲은 먹초록 속에서 기운 센 장사 같고

가을자작숲은 홍시 물든 도화지의 여백이 끝 간데없어

 뼈 때리는 눈보라 속  바람 타는 그 소리가 회초리 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날이 추워지니 눈 내리는 겨울 자작나무숲이 오롯이  떠오른다.


나무를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는 자작나무 숲을 가을에 처음 보고 반해 맘에 든 책을 자주 들추 듯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았던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의 황홀경을 잊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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