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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Dec 05. 2023

14  민들레는 민들레

연필이 좋아서

 주말에 시골에 가 김장을 담가왔다. 머리 무겁던 일을 해결하고 나니 저녁에 하는 소꿉놀이나 책 읽기가 좋다.

소꿉놀이라 하면 손이 심심해 자투리 실로 뜨개질하거나  연필로 슥슥 그림을 그린다.


저녁 상을 물리고 앉아 드로잉북을 들춰 다. 그땐 뭐에 꽂혔었을까. 매일매일 참 열심히도 그렸다.  앉은뱅이책상(밥상)에 붙어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는 작업이 재밌었다. 이 그림은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그림책 표지를 따라쟁이 해 본 것이다.


민들레가 싹이 트고 잎이 나서 꽃을 피운 다음 씨를 맺고, 씨앗이 하늘하늘 날아가는 민들레의 한 살이를 그림으로 들여다보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싹이 터도, 잎이 나도, 꽃이 피어도

민들레는 민들레."


속 담벼락에 펴 있는 노랑 민들레가 실물처럼 보였다. 그림작가의 역량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초록 식물들을 보면 몸이 푸른 리트머트지처럼 체화되는 것 같다. 홀딱 반한다. 잎, 꽃, 씨앗이 날아가는 모양이 홀연하면서도 민들레만의 아우라가 있다.


어쩜 나는 전생에 민들레 같은 풀꽃이 아니었을까.*~*


입으로는 싹이 터도, 잎이 나도 민들레는 민들레, 노래하듯 읊조리면서 바란다. 올 겨울도  어딘가로 날아가  자리 잡았을 민들레처럼 그만그만 하기를. 모두 따듯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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