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바글바글, 북적북적, 아슬아슬, 조마조마,두근두근, 멈칫멈칫,울렁우렁, 꿀꺽꿀꺽, 수군수군, 웅성웅성, 비틑비틀, 휘청휘청, 어질어질, 오싹오싹, 찌릿찌릿, 깜짝깜짝, 벌떡벌떡, 깡충깡충, 소리소리, 열 아홉 개의 흥분이, 열 아홉 개의 기억이 소멸되고 있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사람사전>에서 가져옴.
뾰족한 생각없이 살고 있는 하루 하루는 정적이다. 며칠 전엔 푸석푸석한 낙엽이었다가, 어제는 마지막 잎새 하나 단 붉나무같이 여겼다가 더는 그러지 말자고 오늘 아침 책상에 바르게 앉아 카피라이터의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문장을 꺼내 맛본다. 별 뾰족한 생각없는 내겐 정신이 퍼뜩 든다. 말과 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서성이다 활어처럼 팔딱이는 열 아홉 개의 의성 의태어가 무뎌진 신경줄을 당겨 나를 일으켜 세운다. 카피라이터의 말에는 날 선 성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