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결혼식
20251123
한 달에 한 번은 교회가느라 서울 여행을 한다.
그 땐 새벽에 나가니 차도 많지 않고, 오후에 바로 오려면 차가 좀 많아지긴 하지만 운전하고 가는 게 편하다.
그러나 오늘은 아이들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이 도서실 봉사했던 분의 둘째 결혼식이 있는 날이라 버스를 탔다. 것도 강남 모 호텔에서.
우린 계속 매 달 모임을 이어왔지만 나는 당진으로 이사 오면서 일 년에 한 번 밖에 못 갔다. 마음을 나누며 생활을 나누며 열심히 같이 일했던 터라 미안한 마음으로 놓지 못하고 이렇게 무슨 일 있을 때라도 가려고 한다.
단백질 음료, 물, 책, 잡동사니를 넣으니 묵직해진 백팩 챙겨 매고 발걸음도 가벼웁게 5분거리 간이정거장으로 나갔다.
느긋하게 편안하게 막힘없이 주욱 갈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운전하고 갈 때와는 다른 기쁨이 있다. 진짜 여행 가는 느낌이어서 좋다. -- 그러고 보니 진짜 어디로 여행가고 싶네. --
남부터미널에 내려서 헤매지 않고 제대로 잘 찾아가야 될텐데~
내비 따라 지하철 타고 호텔에 잘 도착.
좀 이르네~
로비에서 책 읽으며 친구들 오기를 기다리니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도착한다.
자기야~~
불러 세워 반가움을 나누었다.
우루루 세 명 더 만나서 식장으로 옮겼다.
와!! 식장이 엄청 넓다.
우아하고 이쁘고 행복하고 사랑스런 결혼식이었다.
어느새 초등학생이었던 자녀들이 하나씩 제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에 대견하고 기특해서 눈물이 머금어 졌다. 내년엔 줄줄이 결혼 예약이 되어 있단다. 좋네.
'건강하고 평안하게 사랑 가득한 가정 만들어 행복하게 잘 살렴.' 기도하며 식을 보는 내내 가슴이 찡했다.
신랑신부도, 덕스런 친구 부부도 친구의 사돈들도 평안한 모습이어서 좋았다. 이미 다 겪어낸 자의 여유를 가진 나도 평안한 하객이었다. 오랜만에 만나 같이 자리 한 친구들을 돌아보니 살아온 시간들이 평안했는지, 자주 만나지 못했던 10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변함없는 모습들이 다들 너무 좋아보였다. 혼자 이방인처럼 아련하게 추억들을 떠올리며 기분이 참 묘했다.
3시 40분 쯤부터 코스 식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분좋게 결혼 파티가 시작되었다. 포도주까지 나누고 받아 먹기 시작했는데 하아~~
4:20 버스를 예매했는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연신 시계를 봤다.
30분정도 남겨두고 나가면 될 듯했지만 내 착각이었다. -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
코스를 남기고 먼저 간다고 인사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세웠다. 3:50
발걸음을 재촉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안온다. 하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버스 놓칠 것 같은 기분에 6~7분의 기다림의 시간이 초조와 불안으로 가득찼다. 어찌어찌 와 준 지하철을 타고, 환승해서 남부터미널에 내렸는데 2분 남았다. 출구를 놓쳐 지나가는 젊은이에게 남부터미널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가던대로 가면 된단다. 냅다 뛰어 계단을 오르니, 터미널 역사 길 건너편이었다.
역사 위치를 물은 거였는데... 하아~
이미 버스 시간은 지났다.
다행히 횡단보도가 보여서 뛰어갔더니 빨간불이다. 헉!! 발만 동동 구르며 신호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하느라 머리속은 더 분주했다. '지금 승차장으로 가면 이미 버스는 떠났을 테니 도로로 나가는 곳으로 뛰자.' 신호등이 바뀌자 마자 좌우 살피고 백팩 단단히 부여잡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헉!!헉!!
터미널 출구에서 우회전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버스가 있었다. 저거다 싶어 앞창 안내글을 보니 '당진'이다. 앞으로 돌진해서 마구 펄쩍펄쩍 바둥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나 좀 제발 태워달라고, 나 좀 제발 살려달라고!!!
감사하게도 기사님이 버스문을 열어주셨다.
참내, 천국가는 버스도 아니고 이렇게 감사할 일인가 싶지만 그래도 쌩~ 그냥 나를 그냥 지나쳐 가버리지 않아서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전자 버스표 찍고 내 좌석을 보니 누가 앉아 있었다. 제발요~ 헉헉거리며
"여기 제 자리인데요?" "뒤에 자리 있으니 가서 앉으세요."란다. '우쒸~!! 왜~?!'
기사님도 거드셔서 내가 예매한 자리를 빼앗겼다.
'비록 내가 늦긴했지만 그래도 내 자리인데요.'
이럴꺼면 예매는 뭐하러 하라는 건지.
자기네도 예매했을 테니 자기 자리가 있을 텐데 왜 남의 자리에 앉아서 버티고 있는건지. 아악~~
일단 버스가 움직였고, 다른 승객들에게 민폐인가 싶어서 화를 머금고 뒤에 가서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난 버스를 타게 되면 언제나 훤히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제일 앞자리를 예매한다. 답답하지 않아서다.
예매가 무색하게 만드는 일을 몇 번 겪기는 했다.
특히 당진에서 승차할 때 나이드신 분들은 막무가내로 버젓이 남의 자리를 탐낸다. 제발 나이 먹었다고 그러지들 마십시다. 임신부석, 노약자석을 마련해 놓은 이유도 생각해 보자구요. 우리도 미안해 하지 않게 비워두는 센스도 잊지 말자구요.
아니~ 제발 그러지 말자구요.
그 때는 나도 우겨서 내 자리를 사수한다. 서울에서 탑승할 때는 다들 자기자리 찾아서 앉던데 이번엔 내가 늦은 게 죄였나 보다.
여튼 우아하게 호텔 결혼식 가서 축하하고 우아하게 친구들과 인사하고 오려던 나의 계획은 이렇게 막바지에 내가 지하철을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되는지 생각 못하고 -- 서울살이 감을 잊은 게야 -- 시간 관리 잘못해서 땀 범벅이 되어 헉헉거리며 집에 오게 되었던, 나는 기막히게 힘들었고 화도 내며 그러나 무사히 집에 돌아온 날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왔으니 감사하고
결혼한 친구 딸아 행복하게 잘 살렴.
친구야 멋진 사위 맞이하게 되서 축하해.
아직 아기 같은 딸, 곁에서 떨어뜨린다고 섭섭하진 않지?! 어느새 다 커서 자기 일 잘하고 멋진 남편 만들었는데 뭐. 멋진 아들 꽁으로 얻었다 생각하려므나~ 그럴테지.
그리고 모두 반가웠어~
모두 잘 지내자~
친구 같은 사랑하는 동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