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떼기?!
새벽 4:50쯤 생난리를 치렀다. 에효~~
누가 문을 두드리며 부르는 소리에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헉! 온 집안이 찰랑찰랑 발등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마침 깨어있던 앞 집 Y 씨가 아니었으면 물이 더 첨벙거리도록 찼을 것이다.
주방 관용수도가 새벽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물이 안 나와 설거지 거리들이 가득 차 있었고 그것들이 하수구멍을 막고 있었는지 싱크대에서 물이 넘쳐 딸 집은 물론 옆 Y씨집까지 흘러들어 갔단다. 헉!!
어젯밤 옆집 Y씨가 수도 캄팔라 사무실에 갔다가 밤 9:30쯤 오는 것을 보고 혼자 밥이나 먹을까 싶어서 저녁 안 먹었으면 우리 집에 와서 먹으라고 불렀다.
그냥 오기 미안 했는지 과일을 이쁘게 깎아서 들고 왔다.
피곤할 텐데 괜히 오라 했나 싶었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차려준 식사를 맛있게 먹어줘서 참~ 고마웠다.
Y 씨는 일찍 출근해야 해서 12시쯤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 그거 알아? 달이가 없다?"
"어머~~"
거의 울기 직전의 굳은 얼굴로 딸이 말했다.
달이는, 동물을 사랑하는 딸이 이곳에 와서 혼자 쓸쓸하니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데려다 키운 어린 길고양이이다.
2년만 살다 가는데 괜찮냐고 하니 직원이 여기 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나중에 다시 보호소로 보내게 되더라도 데려가 주는 게 그 녀석한테 좋을 것이라고 해서 데려왔었단다.
이뻐하는 달이와 헤어지는 것을 마음 아파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하게도 후임으로 오는 분이 고양이 키워봤다고 본인이 키우겠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다.
한동안 짐 정리하느라 현관문도 열어두었고 집안도 어수선했다.
고양이들은 예민하다는 걸 알면서도 달이를 미처 챙기지 못해서 쪼르르 나갔나 보다.
에고~ 어째~
지난주부터 짐을 싸는데 녀석이 좀 안절부절못한달까!?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언듯 언 듯 눈에 보일 때의 느낌으론 달이가 좀 이상하다 싶었다.
나름 불안했었나 본데 그걸 생각을 못했다니 참 너무 무심했다.
에고~ 이리저리 한참을 부르며 찾아다녀도 도통 대답도 없다.
할 수 없이 2시가 다 돼서 현관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자기로 했다.
좋지 않은 기분으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또 저 사달이 난 거다.
물이 안 나오니 설거지를 못해 쌓여 있었고, 수도꼭지가 어느 쪽으로 돌려 있었는지 보지도 않았고 물이 나오나 싶어 틀어보다가 잠그지 않은 것인지.
아~~ 괜히 좋은 마음으로 밥 먹이고 싶어 사람 불렀는데 괜한 일 해서 이래저래 큰일을 치르게 된 것 같아 딸한테도 또 Y 씨한테 너~무 미안했다.
세 시간 정도 물을 퍼내고 닦아내고, 박스에 쌓아놓은 짐도 다 젖어서 베란다에 내다 널고~
캐리어 안에 까지는 물이 안 들어가서 그나마 다행이긴 했다.
정말 TV에서 보던, 홍수로 집에 물들어 왔을 때 같은 그런 난리를, 난리를 치렀다.
그래도 미리 준비를 해 둬서 하루 정도 물에 젖은 물건 말릴 시간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에고 허리야~~
고양이 사료를 베란다에 두었는데 먹은 흔적이 없다.
달이 녀석은 한 번을 안 들어오네.
먹고 다니기나 하는 건지~
중성화 수술도 시키고 예방 주사도 다 맞혔으니 밖에서라도 건강하게 지내면 좋겠다.
아주 음발레와 정을 떼려는 듯, 마지막 행사를 거하게 힘들게 치른 것 같아 속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