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하아~~~
으!
체기가 내려 그나마 밥을 잘 먹어서 좋다.
근데
밥 먹고, 약 먹고, 취해 자고의 연속이다.
좀 피곤해하며 일어나서 먹을 반찬도 있는 재료 막 썰어 넣어서
좀씩 만들고
덥기는 또 무지 더워 선풍기, 에어컨을 달고 산다.
그러니 머리는 늘 무겁고 아프다.
더운 거 질색이다.
난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그녀여서, 차라리 추우면 껴입으면 되지만,
이건 더 벗을 수도 없고, 삐질삐질 땀나는 거 너무 싫고, 아주 쪄 죽을 지경이다.
이렇게 비몽사몽 지내는 오늘,
밝은 대낮 또 약에 취해 잠이 들었었다.
주기도문에 대한 환상일까? 꿈을 꾸었다.
-- 주기도문에 대한 말씀은 모든 기도가 함축적으로 다 들어있는 기도인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난, 항상 형식적으로 후루룩 외워버렸었다.
주기도문에 대한 목사님의 강의를 듣고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주기도문에 대해 이해하게 되어 천천히 자근자근 씹어 기도하리라,
마음을 먹은 후부터는 그래도, 그냥 휩쓸려 외워 내려가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
내용인즉슨,
이부자리에 징그럽고 징그러운 털 많고 무쟈게 큰 송충이가 보였다.
너무 징그러워 소름 돋고 어쩌질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털어내려 애쓰며 눈물범벅이 된 상황이었다.
감사하게도 순간 그저 주기도문을 외우게 되었다.
너무 징그러워 막 울면서, 울면서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던 것 같다.
그 상황이 해결되었나?! 내가 교회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교회를 가는 모양인데 갑자기 내 팔뚝에 그 시퍼렇고 털 많은 그눔에 송충이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아~악~! 절대로 절대로 손으로 털어내지도 못하겠고 막 울었던 것 같다.
너무 놀라고 기가 막혀 어쩔 줄 모르다가 팔을 털며 울면서, 마구, 마구, 마구 주기도문을 외웠나 보다.
그랬더니 그 송충이가 기어 올라오다가 시커멓게 타들어 가며 가루가 돼서 날아가 버렸다.
-으그~ 인디에나존스를 너무 많이 본 게야-
여튼 순간 멍했는데, ‘주기도문의 능력을 보여주시나 보다.’ 하는 생각이 그 순간 들었다.
그냥 멍하다가 깨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저녁에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었더니 아들은 사람들에게 전해 주란다.
딸은 "엄마 좋은 꿈인 것 같은데?!" 했다.
“그래, 좋은 꿈이지. 주기도문의 능력에 대해 보여주신 건가 봐!”
근데 그러고 나니, -그 꿈 얘기를 말로 하고 나니 허전해졌다.
나만 아는 비밀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에~이!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을 그랬나?!
혼자 그 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할 것을 그랬나?!
너무 금방, 방정을 떨며 발설을 해 버렸나?!
그래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긴 했었는데~!
속의 말을 뱉고 나면 늘 허전해지는 것은 왜 그러는 건지?!
말하고 나니 마구마구 간절하게 기도하던 그 간절함은 사라지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해졌다고 해야 하나?!
이래서 속의 말을 잘 안 하게 된다.
그래도, 그 간절함을 어떻게 전할까?
나름,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도 해 봤다.
'그까짓 하찮은 송충이 때문에 했던 기도가 간절해 봤자지!' 그러지는 않을까?!
'별 것도 아닌 것을 얘기한다고 뭐라 하지 않을까?!'
나 혼자, 내 얘기를 들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미리부터 짐작하며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난, 꿈틀이 벌레들을 기절할 정도로 싫어한다. 누가 그 기분을 알 까마는.
우리의 중학생 시절(1970년대 초중반), 그때 그 시절에는 학교 행사로 깡통과 나무젓가락을 들고 송충이 잡으러 산에 가는 특별 활동 프로그램이 있었다. 송충이가 너무 많아 소나무가 다 죽게 생겨서 학생들을 동원해서 잡게 한다는 것이 그 프로그램 요지이다. 하아!!
교복 입고 산에 올라가서는 징그러워하면서도 열심히(?)는 아니어도 안 잡고 있으면 혼났으니, 어떻게라도 송충이를 잡아 겨우겨우 깡통을 채워 가는 중에, 그 시퍼렇고 커다란 털북숭이 송충이 한 마리가 내 발, 양말 위에 안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내 손가락보다 두껍고 길었던 것 같다. 여름이라 양말을 지나 발목 맨살로 기어올라오고 있는 송충이가 너무 무섭고 징그럽고 소름 끼치게 싫었다. 어우!!
그러나, 너무 무섭고, 징그러운데 치울 수가 없었다.
도와주는 친구도 없었다. 자기네도 징그러우니 어쩔 수 없었겠지.
옆에서 보며 "어떻게?! 어떻게?!" 걱정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한동안 펄쩍펄쩍 뛰며 울고불고했는데, 누가 치워줬나?! 발을 터니 떨어졌나?!
하아~~~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끔찍하다아~
암튼 그 후로 난 꿈틀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이 생긴 듯하다.
또 결혼하고 밭에서 어머니 일 돕자는 식구들과 같이 겁도 없이 나갔었다.
근데 밭에서 일을 해 보지 않았던 나는 밭에 그렇게 벌레들이 많은 지를 알지 못했었다.
호미로 밭을 찍어 흙을 들어낼 때마다 왕꿈틀이 굼뱅이를 비롯해서 뱀같은 왕지렁이들 그 외에 다른 벌레들이 대거 출몰하는 거였다. 하아~
너무 놀라고 징그럽고 소름 끼쳐서 소리소리 지르고 울며불며 뒤로 주저 앉기를 수차례.
아악~~ 아악~~
매번 벌레가 나올 때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
" 하이고 참내!! 이까짓게 뭐라고 그러냐?!" 하시며 맨 손으로 뚝 반을 잘라서 휘익 던지셨다. 것도 기겁했다. "헉!!"
결국 "너는 그만 들어가라! 시끄러워서 안 되겠다. 들어가서 밥이나 하거라!" 하시며
밭에서 쫓아내셨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삐질삐질 식은땀 흘리며 네네!!" 하며 놀란 가슴 부여잡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었다.
그 후로는 어머니께서는 다시는 나를 밭에 부르지 않으셨다. 당연히 식구들의 식사 담당이 되었지만
그것에 감사했다. 휴우~~
정말 볼 때마다 소름이 쫙 끼치며 끔찍하고, 지금까지도 너무, 너무 싫다. 싫다.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는 안 느껴봤으니 모르겠지만, 그 징그럽고 끔찍하고 싫은 마음이 엄청 컸었고,
너무나 급박한 마음으로 꿈에서 기도했었던 게 아닐까 싶다.
후우!
그 후로, 난 꿈에서 나쁜 꿈을 꾸면, 비몽사몽간에 의식적으로 주기도문을 외운다.
그러면 다시 잠들 수 있다.
이미 쏟아놓은 말들이니 이렇게라도 나누어야지.
꿈속에서의 그 간절함으로 무엇이든 하나님께 알려드리고 기도하자. 그리고 기다리자.
살면서 가끔 한 번씩 어려운 일이 있긴 했지만 내가 감당할 만큼만 시련을 주셨고,
헤쳐 나올 길을 주셨으니 감사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두 어 가지 있지만
그것도 해결해 주실 줄 믿고 감사하며 오늘을 산다.